‘브라질의 트럼프’를 자처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집권당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에 나섰다. 보수세력 내분과 좌파 진영 공세가 본격화하면서 브라질 정국의 불확실성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여당인 사회자유당(PSL) 내 지지 의원들과 협의한 뒤 공식적으로 탈당 의사를 밝혔다. 그는 탈당 의원들을 규합해 곧바로 신당 창당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니엘 실베이라 의원은 대통령 면담 직후 “내년 3월까지 창당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그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우파 색채가 선명한 국가민주연합(UDN)이나 극우 애국당(PATRI)으로 당적을 옮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으나 이날 ‘브라질을 위한 동맹’이라는 새 당명이 등장했다. 신당을 만들려면 50만명의 서명이 필요한데,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지난해 대선 승리의 1등 공신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원 확보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1989년 정치권 입문 이래 지금까지 8개 정당에서 활동했으며 지난 대선을 앞두고는 PSL에 입당해 지금까지 당적을 유지했다. 하지만 당 운영방식 및 전략, 지난해 연방의원 선거 당시 자금유용 논란, 내년 지방선거 후보 공천 등을 둘러싸고 PSL 지도부와 마찰을 빚어 탈당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원의원 53명을 보유한 PSL은 보우소나루와 루치아노 비바르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양분된 상태다.
집권 세력의 내홍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정국 혼란도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현재 하원 의석을 보유한 정당은 무려 27개이며 PSL이 사실상 여당 역할을 해 왔다. 여기에 좌파 진영이 8일 석방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전열을 정비해 보우소나루 측과 맞설 것으로 보여 브라질 정치권의 앞날을 더욱 점치기 어렵게 됐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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