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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VIKㆍIDS서 배운 사기 수법 그대로… 저금리시대 독버섯처럼 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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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VIKㆍIDS서 배운 사기 수법 그대로… 저금리시대 독버섯처럼 퍼져

입력
2019.11.14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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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나지 않은 비극, 다단계 금융사기] <4>저금리시대가 낳은 괴물 

 “연 72% 보장” 황당한 현혹에 수천명이 수천억원 번번이 피해 

 범죄 드러나면 윗선 위주로 처벌 “하위 모집책 처벌도 강화해야” 

지난달 7일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IDS홀딩스 사기사건 피해자들이 비가 오는 가운데 집회를 열고 검찰의 부실수사를 규탄하고 있다. 강철원 기자
지난달 7일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IDS홀딩스 사기사건 피해자들이 비가 오는 가운데 집회를 열고 검찰의 부실수사를 규탄하고 있다. 강철원 기자

IDS홀딩스와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의 사기행각이 한동안 당국의 제지 없이 계속되면서, 파생범죄가 꼬리를 물었다. 돈 버는 방법을 배운 직원들이 독립해 별도 회사를 차려 똑 같은 방식으로 서민들의 돈을 빨아들였던 것이다. 그러나 저금리시대에선 실현 불가능한 고수익을 보장하고 돌려 막기로 피해자들을 속이고 있는 금융사기의 본질은 바뀐 게 없었다.

VIK에서 미래전략실 차장으로 일했던 팽모(40)씨는 VIK 영업팀장들을 데리고 나가 ‘백테크’(백만장자의 재테크)라는 회사를 세우고 사모펀드 방식으로 돈을 끌어 모았다. 기존에 보유한 자금도 없고 투자 전문가도 없었지만, VIK에서 터득한 영업방식을 활용해 ‘두 달만 투자하면 원금과 투자금의 10% 주겠다’고 선전하자 9개월 만에 560억원이 모였다. 그러나 팽씨가 투자한 40여개 종목 중 수익이 난 곳은 전혀 없었다. 사기극의 대가는 징역 10년이었다. 팽씨를 포함해 재판에 넘겨진 공범 13명 모두 범행 당시 20대와 30대였다.

IDS홀딩스가 피해자들을 유인했던 외환거래 수익모델을 진화시킨 일당도 있었다. ‘HM월드’라는 다단계업체를 이끌던 김모(43)씨와 정모(47)씨는 투자자 휴대폰에 외환거래를 통한 수익발생 현황을 보여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게 했다. 이들은 날마다 0.2% 정도의 수익이 나는 것처럼 전산조작을 해서 투자자들을 현혹시켰다. 입소문을 타고 구름처럼 몰려든 사람들은 2년도 안돼 1,100억원을 HM월드에 맡겼다. 두 사람이 서민들을 속여 100억원의 수당을 챙긴 대가는 징역 14년과 징역 10년이었다.

2013년 83건이던 유사수신 피해 신고 건수는 2016년 514건, 2017년 712건, 지난해 889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2013년 83건이던 유사수신 피해 신고 건수는 2016년 514건, 2017년 712건, 지난해 889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IDS와 VIK 사기사건이 불거져 당국의 감시망이 강화됐지만, 다단계 금융사기는 시들기는커녕 독버섯처럼 번졌다. 사기업체가 피해자들을 속이는 방식은 늘 비슷했다. 원금을 보장하고 고수익을 내주겠다는 것. 한독자산플랜 대표 김모(31)씨는 원금보장에 연간 최대 72%의 수익금을 주겠다고 속여 2016년부터 1년 남짓 기간에 336억원을 끌어 모았다. 그는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주식투자 경진대회 참가경력을 부풀리고, 유명 투자회사에서 근무한 것처럼 행세하며 연예인을 홍보모델로 내세웠다. 경찰청에서 금융사기 방지교육을 했다는 거짓말까지 보태지자 범행 당시 스물여덟 살에 불과했던 청년에게 1,600명이 돈을 맡겼다. 김씨는 징역 20년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해외에 게임기를 설치해 연간 30% 안팎의 수익금을 안겨 주겠다며 게임기 구입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긴 조직도 있었다. 그러나 게임기 설치는 명목에 불과했고, 실제로는 사업 실체가 전혀 없는 전형적인 다단계 금융사기에 불과했다. 성광테크노피아 대표였던 이모(53)씨와 최모(52)씨는 이처럼 다소 황당한 방식을 사용했는데도 3,000명이 넘는 피해자들로부터 3,600억원 이상을 빨아들였다. 이씨는 징역 14년, 최씨는 징역 16년을 선고 받았다.

이처럼 IDS홀딩스와 VIK 사건 못지 않은 대형 금융사기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IDS홀딩스 사건 등의 재발을 막겠다며 2016년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처벌대상이 되는 유사수신 행위의 범위를 확대하고 △유사수신 행위자에 대한 조사 권한을 금융당국에 주며 △벌칙 상한을 ‘5년 이하 징역’에서 ‘10년 이하 징역’으로 확대하고 △범죄수익에 대한 몰수ㆍ추징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이에 호응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017년 모집액이 50억원을 넘으면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처벌강화 방안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역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다.

다단계 금융사기범죄 특징. 그래픽=신동준 기자
다단계 금융사기범죄 특징. 그래픽=신동준 기자

전문가들은 금융사기가 근절되지 않는 배경으로 저금리와 심각해진 취업난을 들기도 한다. 유진혁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 부국장은 “저금리로 투자할 데가 마땅찮은 사람들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에 쉽게 넘어갈 수 있고, 취업이 어려운 구직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다단계 모집책이 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김현수 서울방배경찰서 지능수사팀장(사기방지연구회 금융피라미드사기 분과장)은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상화폐, 크라우드펀딩, P2P금융, 비상장주식투자를 가장하는 등 수법도 갈수록 다양화ㆍ지능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사기를 뿌리뽑기 위해선 하위 모집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판사 출신인 김봉수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검찰이 윗선 위주로 처벌하다 보니, 범죄수법을 배운 하위 모집책들이 따로 업체를 차려서 범죄를 확산시키고 있다”며 “하위 모집책은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간주해 처벌을 안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위 모집책을 강력 처벌하고 영업을 정지시켜야 금융사기가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은미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전임연구원은 “금융투자와 관련한 의사결정은 큰 돈이 들어가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당해도 나는 안 당한다’고 과신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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