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에 “‘기회의 창’이 닫혀 가고 있다”며 ‘연말 시한’을 거듭 경고하고 있다. 지난달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후에도 미국이 묵묵부답인 데다 대선 레이스 본격화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논란으로 자칫 연내 관계 개선이 힘들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북한의 입장이 일견 이해는 되지만 그렇다고 한반도 정세를 2년 전 위기 상황으로 되돌리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조철수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은 8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열린 비확산회의에 참석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보여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면서 “미국에 올해 말까지 시간을 줬으며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진전되기를 바라지만 ‘기회의 창’은 매일 조금씩 닫혀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적대 정책 철회를 위한 실질적 조치 없이 수작을 부린다면 가장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의 향후 진전은 온전히 미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번 주장도 북미관계 개선과 체제 안전 보장, 제재 완화 등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촉구하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에 있다. 북한은 지난달에만 북미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대미 외교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김계관 외무성 고문에 이어 2인자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까지 나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기회의 창’ 운운한 대목은 허투루 넘기기 어려워 보인다. 연말 시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언급한 것이어서 북한으로선 북미관계에 진전이 없을 경우 그냥 넘기기 어려운 ‘데드라인’일 수 있다. ‘기회의 창’이 닫혀 간다는 말이 내년 초부터는 그간 유보해 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의 도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경고로도 읽히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는 또다시 격랑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전쟁 위기로까지 치달았던 한반도 정세는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평화무드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북한이든 미국이든 한반도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린다면 역사적 책임과 비판을 결코 면할 수 없다. 북한은 연말 시한에 매달려 대의를 그르치지 말아야 하고, 미국도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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