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의 북한 주민 2명 추방 사태와 관련,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월권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청와대 안보실 1차장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관련 내용을 직보한 일선 부대 중령에 대해 경위 조사를 지시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인 해당 장교는 국회 예결위에 참석 중이던 1차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이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북한 주민 추방’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국회에 출석한 정 장관은 “보도를 보고야 알았다”고 밝혔다. 일선 부대 지휘관이 국방부 장관을 배제하고 청와대에 직보한 것은 군의 기강과 보고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휘 체계상 유엔군사령부의 지휘를 받는 JSA 근무 한국군은 통상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대표(한국군 소장)에게 보고한다. 사안에 따라 국방부에 별도로 보고하기도 하지만 청와대 안보실에 직접 보고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현역 중령이 까마득한 청와대에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청와대 안보실 1차장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청와대가 군 지휘부를 무시하고 군에 개입한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문제가 된 안보실 1차장은 지난 6월 북한 목선의 ‘삼척항 해상 노크 귀순’ 사건 때도 월권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1차장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엄중 경고 처분을 받았는데, 청와대 안보실이 군의 은폐ㆍ축소 논란을 일으킨 ‘삼척항 일대’라는 표현 사용을 사실상 지시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게다가 1차장은 지난 7월 서해 행담도 ‘잠망경 해프닝’ 당시 장관과 합참의장이 참석한 화상회의에서 관할 부대장인 32사단장을 직접 질책해 구설수에 오른바 있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군에서 보고 및 명령 체계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군에서 보고 체계가 무너지면 국민의 생명과 안위에 직접적인 위해 요인이 된다. 아무리 긴급한 상황이라 해도 청와대가 직보를 받는 일이 반복되면 군의 지휘 체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미 여러 번 문제가 됐는데 군에 대한 청와대의 통제와 간섭이 그치지 않는 게 더 심각하다. 국방부 조사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 청와대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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