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망명을 요청했던 미스 이란 출신 여성이 20여일 만에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강제 추방을 피하게 됐다. “고국으로 추방되면 사형을 당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던 이 여성은 그동안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에 억류돼 있었다.
9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 법무부는 전날 이란 출신 바하레 자레 바하리(31)에 대해 지난 6일 자로 ‘1951년 유엔난민협약’에 따라 난민으로 인정됐다고 통보했다. 바하리는 이에 따라 지난달 17일 이후 억류돼 있었던 마닐라공항을 떠나 모처로 이동했다.
올해 1월 마닐라에서 열린 ‘2018 미스 인터콘티넨탈 대회’에 이란 대표로 참가한 바하리는 지난달 16일 두바이발 항공기를 타고 마닐라공항을 통해 필리핀에 들어오려다 입국이 거부됐다. 동료 이란인을 폭행한 혐의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적색 수배가 내려진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공항 내 시설에 곧바로 억류된 그는 이란으로 추방될 위기에 처하자 필리핀에 망명을 신청했다.
앞서 바하리는 이란에서 공갈 및 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수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그는 이란 정부가 자신의 양성평등 관련 사회활동 등을 문제 삼아 정치적 탄압을 한다면서 망명 신청과 함께 국제사회에도 도움을 호소했다.
특히 지난 1월 ‘2018 미스 인터콘티넨탈 대회’에서 바하리는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권좌에서 쫓겨난 팔레비 전 이란 국왕의 아들 레자 팔라비의 사진을 소품으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망명 신청 배경에 대해 “필리핀에서 2014년부터 치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뒤 고국에 한 번도 가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란에서 범행을 저질렀겠느냐”면서 “이란으로 추방되면 정부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최소 25년의 징역형이나 사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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