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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거래ㆍ비상장주식 투자” 신종수법으로 1조 금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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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거래ㆍ비상장주식 투자” 신종수법으로 1조 금융사기

입력
2019.11.11 04:40
수정
2019.11.11 12:4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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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비극, 다단계 금융사기]

# IDS홀딩스 전 대표 김성훈

솜방망이 처벌에 더 큰 범죄로 빠져… 본인 계좌에 수천억 쌓아두고 ‘펑펑’

# VIK 대표 이철

보험상품 판매하다 방향 전환해… 다른 투자자 돈으로 수익금 돌려막아

[저작권 한국일보]1조원-다단계-금융사기-사건-일지/ 강준구 기자/ 2019-11-10(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1조원-다단계-금융사기-사건-일지/ 강준구 기자/ 2019-11-10(한국일보)

IDS홀딩스 전 대표 김성훈(49)씨와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인 이철(54)씨는 다단계 금융사기 업계에서는 ‘1조원의 신(新)인류’라 불린다.

범죄액수가 다른 금융사기 사건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고, 물품을 매개로 저질러진 과거 다단계 사기범죄와는 달리 외환거래와 비상장기업투자라는 신종수법으로 돈을 끌어 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세운 회사는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미인가 업체라 태생부터 불법을 잉태하고 있었다.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김씨는 2006년 유사수신 범행을 저질렀던 회사에 다단계 방식의 전산프로그램을 만들어 납품했을 정도로 일찍부터 금융사기범죄에 관심이 많았다. 1조원 사기사건으로 2016년 9월 구속되기 전 유사한 혐의로 두세 차례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김씨는 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솜방망이 처벌에 자신감이 붙은 그는 외환거래를 통한 원금보장과 고수익을 내세워 본격적인 사기행각에 나섰다. 그러나 김씨는 피해자들이 투자한 돈 가운데 극히 일부만을 외환거래 등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먼저 투자한 사람들의 수익금을 돌려 막기 방식으로 지급하는데 사용했을 뿐이다. 범행기간 4년 10개월 동안 피해자는 1만2,000여명, 사기금액은 1조1,000억원에 달했다. 법적 심판은 징역 15년으로 마무리됐다.

검찰이 IDS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을 당시 김씨가 챙기려던 현금 수백억 원이 든 가방이 발견됐다. 김씨는 돈을 끌어 모을 때 본인 명의로 투자자들과 계약했기 때문에 김씨 계좌에는 항상 수백억~수천억 원이 쌓여 있었다. 그는 필요할 때마다 자신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서 썼기 때문에, 회사에서 급여나 수당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김씨의 은닉재산이 상당할 것이라거나 금품로비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도 화수분 같은 계좌의 존재와 무관치 않다.

반면 VIK 대표 이철씨는 급여로 거액을 챙겼다. 이씨는 사업이 잘 나갈 때인 2014년과 2015년에는 급여로만 매년 16억원과 22억원을 받았다. 이후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사기행각이 드러났지만, 그는 최근까지도 매년 2억~8억원대의 돈을 받았다. 그 사이 피해자 3만여명은 투자한 돈을 회수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씨는 2007년 대학 선배와 여러 보험회사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를 차리고 대리점 영업을 했지만 수익이 나지 않자, 2011년 8월 회사 이름을 VIK로 바꾸고 비상장 주식 등에 투자해 고수익을 내주겠다며 돈을 모았다. VIK는 5개 영업본부 산하에 전국적으로 28개 지점을 둘 정도로 성장했다. VIK는 그러나 관리수수료 명목으로 투자 받은 돈의 20%를 공제한 후 투자에 나섰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였다. VIK가 투자한 수십 개 업체 중 현재 이익을 내는 곳은 거의 없다. 손실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돌려 막기로 돈을 주면서도 VIK는 투자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였다. 범행기간 4년에 피해자는 3만명, 사기금액은 7,000억원에 달했다. 징역 12년이 확정된 이씨는 이달 28일 추가 기소된 ‘2,000억 범죄’에 대한 선고도 앞두고 있어 수감생활은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IDS와 VIK는 단기간에 많은 돈을 끌어 모으기 위해 영업력이 우수한 보험모집인을 다단계 모집책으로 주로 활용했다. VIK의 경우 영업사원의 95% 이상을 보험사 출신으로 영입했고, 회사 간부들도 보험 내지 재무설계 경력을 가진 사람이 다수였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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