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위 턱끈펭귄. 이원영 연구위원 제공.

최승호 시인의 ‘펭귄’이라는 동시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손 들어! / 손이 없는데요 / 그럼 날개 들어! / 알았습니다. 선생님’ 펭귄에겐 손이 없다는 신체적 특징을 보고 쓴 재미있는 시였다. 하지만 필자는 시를 읽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펭귄이 손이 없는 건 맞는 말이지만, 날개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쨌든 분류상 펭귄도 조류에 속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필자 역시 그동안 편의상 ‘날개’라고 불렀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날개’의 뜻을 찾아보면 ‘새나 곤충의 몸 양쪽에 붙어서 날아다니는 데 쓰는 기관’이라고 소개돼 있다. 펭귄은 날지 못하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날아다니는 데 쓰는 기관이 없다.

펭귄이 하늘을 날진 못하지만 물속을 난다고 말할 수 있으니 날개라고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필자가 펭귄에 관한 책을 냈을 때, 제목을 ‘물속을 나는 새’라고 지었다. 물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장면을 보고 펭귄에게 붙여준 별칭이었다. 하지만 영어권 국가에선 펭귄의 몸 양쪽에 붙어있는 기관을 ‘윙(wing)’이라고 부르지 않고 ‘플리퍼(flipper)’라고 부른다.

플리퍼는 물범, 바다거북, 펭귄 같은 해양 동물이 수영할 때 쓰는 넓적한 지느러미 모양의 발을 뜻한다. 펭귄을 제외하고 잠수가 가능한 다른 조류 가운데 논병아리나 가마우지는 날개가 방향키 역할만 한다. 물속에서 수영하는 모습을 보면 날개를 접어 몸에 밀착한 상태로 움직인다. 물속에서 추진력은 발을 움직여서 얻는다. 따라서 발에 물갈퀴가 잘 발달돼 있다. 반면 펭귄은 날개 부분을 움직여 물속을 헤엄친다. 발은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줄 뿐이다.

Figure 2젠투펭귄의 수영. 이창섭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제공

펭귄이 바다 밑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촬영한 적이 있는데, 마치 유선형 잠수함 양 옆으로 노가 나와서 빠르게 저어주는 것처럼 보였다. 뼈 구조 역시 정말 노와 같이 넓적하고 평평한 모양이다. 길이는 짧고 무겁다. 또한 물을 밀어낼 강한 힘을 내기 위해 가슴으로 연결된 근육이 잘 발달돼 있다. 그래서 물속에서 순식간에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평균 속도는 시속 약 9~10㎞이지만 가장 빠르다고 알려진 젠투펭귄은 순간적으로 최대 시속 35㎞까지 낸다. 게다가 작은 발을 움직여 추진력을 얻는 다른 잠수 조류에 비해 에너지 효율도 뛰어나다.

펭귄은 단거리 수영도 잘하지만 장거리도 문제없다. 2009년 프랑스 연구자 샤를 보스트의 연구에 따르면, 인도양에 사는 마카로니펭귄은 번식기가 끝나면 약 1만㎞를 헤엄쳐서 이동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느러미라고 부르는 건 어떨까. 바다거북이나 물범과 같은 기능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날개보다는 지느러미가 적당한 용어로 보인다. 하지만 지느러미의 뜻을 살펴보니 ‘물고기 또는 물에 사는 포유류가 몸의 균형을 유지하거나 헤엄치는 데 쓰는 기관’이라고 나온다. 즉, 지느러미가 있는 동물 가운데 펭귄 같은 조류는 제외돼 있다. 결국 날개와 지느러미 모두 적당한 명칭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펭귄의 몸에 붙어있는 지느러미 같은 기관을 어떻게 칭하는 게 좋을까. 필자 생각으로는 지느러미 역할을 하는 팔이라는 뜻으로 ‘지느러미팔’이라고 부르는 게 어떨까 싶다.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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