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보수 정치 중심, 대구 출마 의미 있다”… 홍준표도 “그동안 험지서만 헌신”
자유한국당의 쇄신 시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인적 쇄신의 ‘표적’인 대선 주자급 인사들과 중진 의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 수 없는 분위기 속에 ‘우리만 희생하라는 거냐’는 거부감이 역력한 표정들이다. 이들이 집단 반발하며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도로 자유한국당’이 될 수밖에 없다.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올해 초 황교안 체제 출범 이후 당내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해 왔다. 그런 김 위원장은 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국당 인적 쇄신 문제의 본질은 쇄신 그 자체가 아니라 당 지도부의 낮은 지도 역량에 있다”라고 비판했다. 내년 총선에서 고향인 대구 수성구갑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그는 “대구 출마는 그 나름 의미가 있다”며 “보수 정치 중심인 대구가 정치적 위상을 회복해야 보수정치가 바로 서고 당도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 대표급 인사는 영남 텃밭이 아닌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일방적 험지 차출’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홍준표 전 대표도 “나는 그 동안 험지에서만 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또 다시 저에게 험지 출마 운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자기 고향에서 편하게 국회의원 하는 사람들은 모두 강북 험지로 올라 오시라”라고 반발했다. 그는 보수ㆍ진보 민심이 팽팽하게 맞서는 스윙 보트 지역인 서울 동대문을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 5일 충남이 지역구인 재선 김태흠 의원이 ‘영남ㆍ서울 강남 3선 이상’을 콕 집어 용퇴를 주장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서울 강남구갑 현역인 3선 이종구 의원은 7일 본보와 만나 “3선 이상씩 했으면 각자 진로는 본인 판단에 맡겨야 한다”며 “서울지역 의원 49명 중 한국당 현역은 9명에 불과한데, 좋은 인재를 영입해 나머지 40석을 추가하는 데 힘쓰는 게 맞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이 용퇴를 주장한 서울 강남 지역의 3선 이상 의원은 이 의원이 유일하다. 때문에 친박계(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김 의원이 범비박계인 이 의원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4선 김정훈(부산 남구갑) 의원도 6일 성명서를 내 “공천 절차에 따라 교체하면 되는 것이지, 감정 생기게 누가 ‘나가라, 마라’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공개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다른 중진의원들 역시 속내가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영남지역 한 중진 의원은 “초ㆍ재선 의원들 본인이 지역구를 떠날 생각이 없으면서 중진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국민 눈에 들기 위한 정략적 행위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의원은 “중진이라고 다 편하게, 기득권만 바라보며 정치해온 게 아니며, 긴 시간 지역구를 지키려면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며 “인위적으로 새 얼굴을 내세웠다가 의석 1석을 빼앗기면 누가 책임질 거냐”고 했다.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그에 대한 반동은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잡음을 최소화하는 것은 결국 황교안 대표의 몫이다. “황 대표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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