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카운터 항공권 발급에 수수료 부과 방침 논란
늘어가는 키오스크…“디지털 소외계층 배려ㆍ지원책 필요” 지적도
서울 종로구 한 패스트푸드점. 무인 주문기로만 주문을 할 수 있는 '셀프 오더 타임'을 운영 중이다. 이순지 기자

점원 대신 ‘키오스크’라고 불리는 무인 자동화 단말기가 손님을 맞는 풍경, 그리 낯설진 않죠. 2014년 패스트푸드점을 시작으로 이젠 기차역, 공항, 영화관, 대형 마트ㆍ편의점은 물론 골목식당까지 파고드는 등 놀라운 확산력을 지닌 키오스크. 그런데 이젠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않으면 수수료까지 내야 한다는데, 무슨 사연일까요.

제주항공은 이달 4일부터 광주ㆍ무안공항을 제외한 국내선 공항 카운터에서 탑승권을 발급하는 고객에게 수수료 3,000원을 받기로 했습니다. 수수료를 내고 싶지 않다면 키오스크로 탑승권을 받으라는 것이죠. 제주항공은 “카운터 대기를 줄여 고객에게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스마트 공항을 구현할 것”이라는 취지를 밝히면서, 대상을 ‘모바일 탑승권이나 키오스크 이용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카운터에서 탑승권 발급을 희망하는 고객’으로 정했어요.

제주항공이 4일부터 국내선 공항 카운터에서 탑승권을 발급하는 경우 수수료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고객들에게 보낸 안내문. 제주항공 메일 캡처

그러나 이 같은 안내를 접한 고객들의 반응은 떨떠름했습니다. 특히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최소한의 서비스까지 돈을 내고 사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성토가 나왔죠. 직장인 민지영(30)씨는 “카운터 발권을 기본으로 하고, 키오스크를 이용하면 할인을 해주는 방식이 옳다”며 “수수료 부과 방식은 기계 조작에 서투른 노인 등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꼴 아닌가”라고 꼬집었어요.

정작 고객들 사이에선 불만이 나오는데도 속속 도입되는 키오스크는 인건비 절감 목적이 가장 큽니다. 키오스크의 한 달 대여료는 10만~30만원 수준으로, 초기 설치비를 감안해도 인력을 쓰는 것보다는 비용이 덜 든다고 해요. 최근 최저임금 인상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고 하죠. 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사람을 직접 상대하는 것을 꺼리는 ‘언택트’ 소비문화가 퍼지는 것도 한 몫을 했죠. 후줄근한 차림이거나 오래 고민하더라도 눈치주지 않는 기계가 차리리 낫다는 사람들도 없지 않아요.

70대 인기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는 영상을 통해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박막례 유튜브 채널 캡처

그렇지만 문제는 무인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당장 주변을 둘러보면 키오스크 앞에서 머뭇거리는 어르신들은 쉽게 만날 수 있죠. 70대 인기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는 영상을 통해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과정을 담아내기도 했습니다. 복잡한 사용법과 작은 글씨에 고전하던 그는 결국 손녀의 도움을 받고서야 햄버거를 주문할 수 있었고, “이제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 세상이 온 건 아닌가”라고 씁쓸히 한탄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업들은 디지털 소외계층 배려에 인색해요. 남길우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은 “노년층 배려를 위해 큰 아이콘을 쓰거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게 하는 등 키오스크에도 취약계층을 위한 표준이 있지만, 권고안이라 잘 지키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문화센터와 주민센터 등을 활용해 고령자가 심리적 위축 없이 디지털 서비스를 미리 경험해보도록 하는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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