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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비판에… ‘보수 빅텐트론’ 서둘러 꺼낸 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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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비판에… ‘보수 빅텐트론’ 서둘러 꺼낸 황교안

입력
2019.11.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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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재 영입 등 논란에 현역 의원까지 비판 대열… 통합론으로 리더십 위기 돌파 승부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보수대통합 추진 계획을 전격 밝힌 데는 그의 리더십을 둘러싸고 최근 증폭된 위기감이 도화선이 됐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논란을 계기로 내부에서 분출되기 시작한 쇄신ㆍ통합 요구에 대한 부응이자, 통합이란 대의를 앞세워 잇단 논란을 종식시키겠다는 뜻에서 띄운 나름의 승부수인 셈이다.

이날 황 대표의 회견은 오후 들어서야 취재진에 갑작스럽게 공지됐다. 황 대표는 오전 김도읍 비서실장ㆍ박맹우 사무총장 등 참모진과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일일점검회의에서 통합과 관련한 기자회견 계획을 처음 밝혔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계속 시점을 고민하다 오늘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황 대표는 소수의 측근들만 소통한다는 ‘밀실 리더십’ 비판을 의식한 듯, 회견 전 김 비서실장을 통해 당내 중진의원들에게도 개최 계획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 지도부 내에서는 보수통합의 본격 추진 시기를 내달로 잡고 있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본회의 처리 등 굵직한 원내 현안이 있는 만큼, 섣불리 통합 이슈를 띄웠다가는 괜한 분란만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비해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우리공화당 등 카운터파트들과의 접촉은 물밑에서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당에 변화 의지가 없다”는 질타가 잇따르자, 황 대표가 계획을 앞당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특히 조국 사태로 바짝 좁혀졌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조국 사태 이전으로 회귀하면서 위기감이 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패스트트랙 무력 충돌 가담자 공천 가산점, 벌거벗은 대통령 애니메이션, 박 전 대장 영입 추진 등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진 논란과 구설수는 직격탄이었다. 또 인적 쇄신보다는 측근 위주로 총선기획단을 구성하고, “필요하면 유승민과 만나겠다”고 말해놓고 정작 행동에 옮기지 않자, 이대로는 안 된다는 불만이 비등했다.

이는 마침내 현역 의원의 반발로 이어졌다. 불을 댕긴 건 재선 김태흠 의원이었다. 그는 전날 영남ㆍ강남 3구 3선 이상 의원들의 용퇴와 황 대표의 솔선수범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초선 비례대표인 유민봉 의원은 이날 한국당에서 처음으로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통해 “당 지도부는 중도개혁층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쇄신과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며 “선거연대를 포함한 보수대통합 행보도 본격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일에는 당 쇄신 방안을 논하기 위한 초선 의원 회동도 예정돼 있다. 그간 당을 둘러싼 잇단 논란에도 쓴소리를 삼켜 왔던 초재선 의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쇄신론에 맞서 일부 중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저항하는 등 당이 내홍으로 빠져들 기미가 보이기도 했다. 불출마 번복 논란의 중심에 섰던 4선 김정훈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불출마 공식 선언을 하지 않았다”며 “감정 생기게 누가 ‘나가라 말라’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이처럼 인적 쇄신 요구와 저항이 거세지면서 황 대표 리더십이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었다.

보수통합으로 당내 쇄신 요구를 누르겠다는 황 대표의 구상이 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일단 카운터파트인 유승민 의원이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대화에 응하겠다”고 화답했지만, 통합의 기준과 방향성에 대해 양측이 합의한 단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계획한 시점보다 이르게, 통합에 대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며 “내부 쇄신책은 별도로 준비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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