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한(對韓) 정책 담당자들이 서울에 집결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등 각종 현안들에 대한 압박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미 관계가 우리 외교ㆍ안보ㆍ경제정책의 핵심 축이긴 하지만 양국 간 이견이 없을 수는 없다. 한미 동맹의 기반 위에서 상호 존중의 정신을 살려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1차 관심사는 22일 자정이 시한인 지소미아 문제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어제 청와대ㆍ외교부ㆍ국방부 당국자들을 만나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의 중요성과 함께 지소미아 유지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반복했다고 한다. 우리 측은 일본이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이유로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조치까지 취하며 안보 불신을 공식화한 데 따라 종료 결정이 불가피했음을 재차 설명했다. 일본이 먼저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스틸웰 차관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태국에서 깜짝 환담을 가진 데 대해 “고무적인 신호”라고 긍정 평가했다. 빈말이 아니라면 미국은 지소미아 논란을 촉발한 일본에 태도 변화를 적극 촉구해야 마땅하다. 우리가 최근까지 문희상 국회의장이 양국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성금을 통한 강제동원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임에도 일본이 한국 정부 책임론 주장을 되풀이하는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미국의 입장만 밀어붙일게 아니다. 제임스 드하트 미국 협상 대표는 정계ㆍ언론계 인사들을 만나 한국 여론을 청취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은 현행 분담금의 5배 이상인 50억달러 분담 요구에 유사시 한국에 투입되는 괌ㆍ하와이의 전략자산 운용 비용까지 떠안으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을 한참 벗어난 것이다. 키이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이 참석한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서는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 간 협력이 강조됐다. 한미 관계에 비춰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미중 패권 경쟁 격화와 한중 관계를 감안해 정부 접근법은 신중하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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