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태국 방콕에서 단독 환담을 했다. 양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이후 1년여 만이다. 환담에서 양 정상은 한일 관계의 중요성에 의견을 같이 하면서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양국 외교부의 공식 채널로 진행되고 있는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관계 진전 방안 도출”에도 뜻을 같이했다.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는 문 대통령 제의에 아베 총리는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답했다고 한다.
11분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징용 배상 문제로 지난 1년간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환담의 의미는 작지 않다.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즉석에서 대화로 이끌어 성사된 만남이어서 애초 갈등 현안에 대한 논의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한일 관계 악화의 배경에 양국 정상 간 불신이 있는데다 이 문제가 정상 간 대화가 아니고서는 풀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뢰 회복의 물꼬는 텄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만남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시점(23일)이 임박해 성사된 것도 의미가 있다. 일본이 징용 배상 문제를 이유로 부당한 수출 규제에 나서자 부득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내려지긴 했지만 이 결정이 역내 안보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거듭 지소미아 종료를 비판하는 상황도 우리로서는 부담이다. 이번 환담에서 양국 정상이 확인한 대로 후속 실무 회담을 통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수출 규제 동시 철회 합의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갈등의 원인인 징용 배상 문제 해결은 한일 간 인식 차가 커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풀기 위해 국회에 여러 법안이 나와 있고 문희상 국회의장도 한일 기업 모금을 통해 징용 피해자를 지원하는 법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동안 한일 정부의 청구권협정 해석을 존중해 한국이 지원 부담의 상당 부분을 떠안는 방안들이다. 마찬가지로 일본도 배상 문제는 이미 해결이 끝났다는 주장은 그만 접고 절충하는 자세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마땅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