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제2 출발점’ 서다] <2회> 골든 타임이 지나간다 - 저출산ㆍ고령화 정책 
 출생아 수에 맞췄던 정책 ‘젊은층 삶의 질 향상’으로 전환됐지만… 
 “담대한 정책 신속하게 수립해야 디스토피아 그림자 피할 수 있어” 
지난 2월 서울시내 산부인과의 신생아실. 빈자리가 많이 보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9년 인구 자연감소 시작, 2029년 총인구 감소 시작, 2041년 총 가구수 감소 시작….’

통계청이 올해 3월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와 9월 발표한 장래가구특별추계가 예견하는 우리나라 인구 전망치다. 통계청이 최근 공개한 ‘8월 인구동향’을 보면 8월 전국 출생아 수는 2만4,408명으로 사망자 수보다 불과 730명 더 많아,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년 동월 대비 출생아 수가 감소하는 추세는 41개월째 이어지며(8월 기준) 1981년 집계를 시작한 후 최저치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당장 올해부터 시작되는 ‘발등의 불’이 된 것이다.

이런 현실을 인식, 우리 정부는 2005년 저출산ㆍ고령화 기본법을 제정했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관련 정책을 마련, 집행해 오고 있다. 2006년 제1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시작으로 2차(2011~2015년), 3차(2016~2020년) 기본계획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기간 100조원이 넘는 돈을 관련 정책에 쓰고도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명 아래(0.98)로 떨어졌고, 출생아 수 감소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정책은 투입된 자원에 비해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비판을 수용해 출산율과 출생아 수라는 숫자 자체에 초점을 맞췄던 정책에서 젊은 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출산 관련 정책을 전환했다. 이전에는 육아기 부모에게 지자체나 정부가 현금을 지원하거나 보육시설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고용 불안정과 높은 주거비 등의 영향으로 출산은 물론 결혼도 미루는 젊은 층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와 사회구조를 개혁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나 실제 정책 수요자 입장을 고려한 것이라는 점에서 진일보했지만 구체적인 정책으로 반영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패러다임 변화에도 불구하고 개별 정책을 들여다 보면 아직도 젊은 층의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문제 해결보다는 이미 기혼인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는 출산 수당, 보육, ‘일과 생활의 균형’ 등에 치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표된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은 생산 가능 인구를 최대한 일할 수 있게 하는 게 핵심이다. 의무고용 연령을 상향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년 연장을 검토하고, 외국인 인력에 대해서도 5년 이상 일하고 숙련도를 갖춘 경우 장기체류 허용을 늘리는 등이다. 다만 생산가능 연령인데도 고용시장에서 배제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하는 내용이 담기지 않은 점은 한계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은 “스웨덴의 경우 1960년대 여성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 정비와 사회시스템 구축, 공공부문 채용 등을 진행했고, 이 과정을 통해 사회적 평등과 ‘워라밸’까지 이뤄지면서 합계출산율도 다시 높아졌다”며 “아직 내국인들의 포용력이 높지 않은 외국인 활용보다는 여성인력 활용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도별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 그래픽=송정근 기자

저출산 고령화의 진행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등 시급한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대응 속도가 느리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다.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은 임기 전반이 다 지나간 후에야 청사진이 나왔고, 각 부문별 대책 발표도 시간이 걸리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저출산 고령화 때문에 제도 존속 자체가 위협 받는 분야이지만 지난해 여름 국민연금 장기추계가 나온 후 연금개혁 논의는 1년 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의 저항을 의식해, 선거를 앞둔 국회에서도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림 연구위원은 “저출산 고령화 대응이 늦어질수록 후세대에 감당하지 못할 부담을 떠넘기게 된다”며 “현 세대가 먼저 희생을 감수하고 산업구조 조정 등 사회적으로 큰 틀의 합의를 해 나가야 하는데, 대책 상당수가 현 세대의 부담이나 사회적 논란이 적은 것 위주로만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에라도 담대한 저출산ㆍ고령화 대응정책을 신속하게 수립하고 실천해야, 우리나라가 암울한 ‘디스토피아’ 대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제언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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