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된 개 사체, 사료로 가공돼 유통
사료 섭취로 살아있는 개들까지 안락사 약물 내성 생겨
이제 동물의 식탁에도 윤리의 문제를 올려 놓을 때

제주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나온 개의 사체들이 동물 사료의 원료로 쓰인 사실이 드러났다. 올해 1월부터 보호소에서 나온 개의 사체 3,829마리가 섭씨 130도 이상의 고온과 7기압 이상의 고압으로 태워 가루로 만드는 렌더링 업체에서 처리된 후 사료 업체로 보내진 것이다. 죽은 개로 만든 사료를 개, 고양이가 먹었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제주도는 문제가 된 사료 25톤 대부분이 가축용이라며 개나 고양이가 먹었을 가능성을 일축하며 전량 회수 폐기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미 사용되었을 테니 전량 회수는 불가능하다. 가축용 사료로만 사용되었다는 말도 믿기 힘들지만 가축용 사료니 괜찮다는 말은 뭔가. 안락사를 당했건 질병으로 죽었건 약물이 사용되었을 것이다. 그건 가축이 먹어도 위험하다.

유기견 보호소의 강아지들. 게티이미지뱅크

이 와중에 언론은 그럼 육식을 하는 인간도 위험하지 않느냐고 지적한다. 염치가 없다. 이 상황에서도 인간 걱정이라니. 보호소 내 안락사는 머물 공간이 없어 멀쩡한 생명을 죽이는 것이고, 보호소 내 자연사는 늙거나 아픈 개를 치료하지 않아 죽이는 거다. 개의 생산과 판매 규제는 허술하고, 생명에 대한 책임감도 중성화 수술에 대한 이해도도 낮아서 보호소가 차고 넘치도록 만든 게 인간이다. 생명을 돈으로, 수단으로, 착취의 대상으로 밖에 여기지 않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성찰은 없다.

20년 넘게 거대 사료시장을 조사한 앤 마틴의 책 <개, 고양이 사료의 진실>은 불편한 진실로 가득하다. 유기동물 사체가 얼마나 오랫동안 개, 고양이 사료로 쓰였으며, 이런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사람과 덮고자 하는 기업 사이의 갈등, 사료 회사의 잔인한 동물실험 등 우리가 몰랐던 사료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다. 이번 사건은 터질 게 터진 거다. 반려동물 사료를 만들어온 역사가 100년이 넘는 외국에 비해 우리는 그 역사가 짧아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수의학센터는 1998년 개 사료에 안락사용 약물인 펜토바르비탈이 함유되어 있는지를 조사했다. 개를 안락사 시킬 때 점차 이 약물에 대한 효과가 떨어진다는 수의사들의 문제제기에 따른 것이다. 실험 결과 30개의 사료에서 이 약물이 검출되었다. 이어 수의학센터는 사료에 들어간 이 약물을 개에게 투여하는 실험도 했다. 실험결과 이 약물은 개의 간세포를 파괴한다는 결과를 얻는다. 이처럼 펜토바르비탈은 사람은 물론 모든 동물이 적은 용량이라도 섭취하면 안 되는 약물이다. 그럼에도 이 약물로 안락사 된 동물이 렌더링 과정을 거쳐 다시 개의 사료로 사용되면서 개에게 내성이 생기는 지경까지 온 것이다.

개로 만든 사료를 개에게 먹이는 게 과연 올바른 것일까.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사태가 터지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 동안 다른 지자체의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안락사 된 유기동물은 어떻게 처리되었을까?’였다. 보호소마다 화장장을 갖고 있지 않으니 외부로 내보냈을 텐데 비용을 들여 화장처리를 했을까?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는 작년까지 매립을 했는데 매립지가 포화 상태여서 올해부터 사체를 렌더링 업체로 보냈다고 밝혔다. 내륙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2000년 이후 가축 전염병으로 살처분 당해 땅에 묻힌 동물이 거의 1억 마리다.

우리나라는 매년 대략 10만 마리가 넘는 유기동물이 보호소로 들어오고 그 중 절반 정도가 안락사와 자연사로 사망하니 매년 5만 마리의 사체를 처리해야 한다. 미국 국립동물관리협회는 2002년 통계에서 매년 1,300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안락사 되는데 그 중 30%는 매장, 30%는 화장되지만 약 520만에 이르는 나머지 사체는 렌더링 시설로 옮겨진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저자가 최근의 자료를 요청하자 수치를 더 이상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답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사람들은 ‘렌더링’이라는 낯선 단어와 만났다. 렌더링은 온갖 동물 사체와 도축되고 남은 부산물, 식당, 정육점 등에서 나온 폐유 등을 고온, 고압으로 처리해서 사료, 비료, 화장품 등의 원료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수백 년간 지속되어온 재활용 산업중의 하나로 사회에서는 환영 받지 못하지만 인간이 소비하기를 거부한 것들의 종착역으로 사회에 꼭 필요한 시설이 되었다. 육식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렌더링이라는 이 거대한 통 안에 이제는 인간에 의해 생명을 빼앗긴 개의 사체까지 던져지는 지경이 되었다.

이제 동물의 식탁에도 윤리의 문제를 올려 놓을 때가 되었다. 게티이미지뱅크

2007년 미국은 6,000만 포대의 사료가 리콜 되는 역사상 최악의 사료 리콜 사태를 겪었다. 값싼 원료를 찾아 중국에서 수입한 밀 글루텐의 오염이 원인이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개, 고양이 수십 마리가 사료를 먹고 죽었다고 발표했지만 반려인들이 모인 온라인 사이트인 펫커넥션에서는 병들거나 죽은 수천 마리의 반려동물 목록이 작성되었다. 하지만 언론이 다루지 않았을 뿐 2007년 이전과 이후에도 수많은 반려동물이 오염된 사료를 먹고 죽어갔고, 수많은 사료가 조용히 리콜 되었으며 2019년인 올해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인간의 식탁만이 아니라 동물의 식탁에도 윤리의 문제를 올려놓을 때가 되었다.

김보경 책공장 더불어 대표

<개 고양이 사료의 진실>, 앤 마틴, 책공장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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