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강국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e스포츠 강국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입력
2019.11.05 04:40
0 0
우리나라는 e스포츠 종주국답게 대부분의 e스포츠 대회에서 연속해서 우승을 하는 등 뛰어난 성과를 거두어 왔으나 최근에는 주요 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게임을 사회적인 문제로 보고 규제할 뿐만 아니라 질병으로 등록하려는 동향 속에서 우리나라 게임업계는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게임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한 e스포츠 생태계를 만드는 수준까지 발전하지 못했다. 사진은 2018년 7월 독일 쾰른에서 열린 e 스포츠 경기대회. 포토아이

우리나라는 IT 강국으로 통한다. 반도체, 휴대폰, TV 등이 IT 강국의 상징이지만 사실상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만든 것은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였다.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보유한 우리나라는 자연스럽게 온라인 서비스를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는 자국어로 된 인터넷 검색 엔진을 보유한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이고, 싸이월드로 소셜미디어 서비스 시장을 열기도 했다. 지금은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대세가 됐지만 아프리카TV, 곰TV 등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 모델도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IT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산업이 온라인 게임이다. 우리나라 게임업계는 아케이드 게임이나 콘솔 게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게임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한 데다 불법 복제 문제가 심한 것이 그 원인이었다. 그러나 PC 기반 온라인 게임 시대를 열면서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중흥기를 맞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고속 인터넷망과 동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PC방이 그 근간이 됐다. 게임산업 규모는 연간 약 14조 원 규모로, 게임산업 수출은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의 약 70%를 담당할 정도로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게임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1990년대 후반에 게임을 엔터테인먼트와 결합시킨 이른바 e스포츠 산업의 종주국이 됐다. e스포츠는 인터넷상의 네트워크 게임을 이용한 각종 대회나 리그를 의미하는데 대회에서 활동하는 프로게이머, 게임 해설자, 방송국 등을 포함한 종합 산업을 지칭한다. 2000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한국e스포츠협회가 설립됐다. 2000년에 대략 10개의 대회가 있었는데 2010년에는 전 세계에 약 260개로 늘어나면서 e스포츠는 엄청나게 성장했다. 유튜브나 트위치 등의 동영상 플랫폼이 e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e스포츠 시청자 수는 4억5400만명으로, e스포츠 시장 규모는 약 10억달러 수준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e스포츠 종주국답게 대부분의 e스포츠 대회에서 연속해서 우승을 하는 등 뛰어난 성과를 거두어 왔으나 최근에는 주요 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게임을 사회적인 문제로 보고 규제할 뿐만 아니라 질병으로 등록하려는 동향 속에서 우리나라 게임업계는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게임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한 e스포츠 생태계를 만드는 수준까지 발전하지 못했다. 주요 대기업들도 e스포츠팀 육성을 포기하거나 축소하고 있고 e스포츠 방송채널도 전통적인 유료방송 환경에 머물러 있다.

한편 IT 인프라의 미비로 상대적으로 e스포츠에서 약세를 보이던 미국은 최근 e스포츠의 신흥 종주국으로 떠올랐다. 블리저드 등 미국의 게임기업들은 자신들의 게임 IP를 무기로 강력한 e스포츠 생태계를 만들고 가장 열성적인 팬덤을 구축했다. 2016년에는 7개 대학교가 e스포츠 선수에게 장학금을 수여했으나 현재는 약 200개 대학이 e스포츠 선수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어바인에 소재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은 아예 전통적인 스포츠팀 대신 e스포츠팀을 운영하면서 e스포츠 관련 연구와 교육에 특화하고 있다. 중국도 큰 시장을 기반으로 또 다른 e스포츠 강국으로 떠올랐다. 싱가포르도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포함되는 2022년 아시안 게임에 대비해서 e스포츠 훈련시설을 구축하고 e스포츠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일이 e스포츠에서 반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가 만든 e스포츠 산업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 더 늦기 전에 게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바꾸고 e스포츠 발전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아침을 열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