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제2 출발점’에 서다] 두 달에 한 번꼴 부동산 대책 
 ‘규제 끝판왕’ 작년 9ㆍ13대책, 1년도 못 가 서울지역 다시 꿈틀 
 가격 안정화 안 되고 공급만 막혀… “규제 일변도 정책 재고해야” 
3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내 상가에 위치한 한 부동산의 시세표가 붙은 유리창에 비친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임기 반환점을 맞을 때까지 문재인 정부는 두 달에 한번 꼴로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며 ‘집값과의 전쟁’을 치러왔다. 주택 보유자 부담을 강화하는 정책부터 분양가상한제로 공급을 옥죄는 제도까지,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참여정부 시즌2’로 비쳐질 만큼 10년 전과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각종 대책이 무색할 만큼 집값이 계속 고개를 들면서, 규제 종합세트를 흔들고도 오히려 시장의 비웃음을 샀던 참여정부의 악몽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문 정부 임기 중 아파트 매매가격. 그래픽=신동준 기자
 ◇참여정부 판박이 부동산 정책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청약조정대상지역 확대 등을 담은 2017년 6ㆍ19 대책부터 지난달 1일 ‘최근 부동산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방안’에 이르기까지, 2년6개월간 문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16차례에 이른다.

그간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양도세 강화, 총부채 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대폭 축소 등의 6ㆍ19 및 8ㆍ2 부동산 대책(2017년)부터 초강력 대출규제와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 청약제도 강화 방안까지 망라해 ‘규제 끝판왕’으로 여겨졌던 9ㆍ13 부동산 대책(2018년)까지 줄줄이 쏟아내며 투기 수요 억제에 총력을 다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살고 있는 집이 아니면 좀 파시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는 참여정부 정책과 판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부동산투기로 돈 버는 것은 포기하라”고 강조할 정도로 참여정부도 부동산 투기세력 뿌리뽑기에 ‘올인’했다. 출범 첫 해(2003년)부터 5년간 30여 차례 대책을 발표했다.

공급 억제책 역시 참여정부와 유사하다. 문 정부가 지난해 1월 부활시킨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는 참여정부가 2006년 3ㆍ30 대책을 통해 도입한 방침 중 하나다. 여기에 지난 8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참여정부 때 나온 부동산 규제는 대부분 문 정부에서 부활됐다.

문 정부 아파트값 상승률. 그래픽=신동준 기자
 ◇결과마저 비슷한 양상 

하지만 두 정부 모두 갖은 규제에도 집값 상승을 틀어막지 못하면서, ‘규제 발표→잠시 주춤 후 집값 재상승→추가 대책’의 악순환까지 닮아가는 모습이다.

참여정부 말인 2008년 2월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은 출범 때(2003년 2월)에 비해 57%나 상승했고, 강남권은 67%나 올랐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을 1년여 앞둔 2006년 “부동산정책 빼고는 꿀릴게 없다”고 말했는데, 돌려 말하면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음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문 정부의 지난해 9ㆍ13 대책 역시 약발은 채 1년을 가지 못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7월부터 본격 상승세를 보였고 최근에는 직전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정부 규제가 ‘똘똘한 한 채’ 열풍을 부르면서, 오히려 서울과 지방간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문 정부 출범 이후 지난달까지 비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6.45% 내렸지만, 서울은 11%나 올랐다. 정부가 추진한 분양가상한제 확대는 공급 축소 우려에 신축 집값 상승을 불렀고, ‘로또 청약’ 기대감에 당첨 가점이 높아지면서 가점이 낮은 3040 실수요자는 분양시장 밖으로 내몰리게 됐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의도했던 가격안정화는 거의 없고, 오히려 공급과 대출이 막히면서 부동산 시스템 자체가 훼손됐다”며 “참여정부 부동산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런지 어떤 대책이든 당시보다 더 성급하게 꺼내 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와 문재인정부. 그래픽=신동준 기자
 ◇”내성 생긴 규제로는 시장 못 잡아” 

고강도 규제에도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는 것은 시장에 규제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참여정부 때도 두 달에 한번씩 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집값이 폭등했던 학습효과가 있어 웬만한 정책은 약발이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규제만으로는 시장을 잡지 못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동산 시장은 경제 흐름, 금리, 투자심리 등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받는데 모든 것을 다주택자의 투기로만 바라보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의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저금리 기조로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며 “정책의 목적은 좋았지만 '규제 일변도'로 밑그림을 잘못 그리면서 오히려 집값이 정부 의도와 반대로 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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