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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대표적인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3개월 만에 900만원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구글이 ‘양자컴퓨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현존하는 슈퍼컴퓨터보다 월등한 연산능력을 가진 양자컴퓨터가 암호화폐의 ‘블록체인(암호체계)’를 해석해 해킹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 투심을 흔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급락세는 하루이틀 만에 진정됐습니다. 암호화폐 업계의 방어 논리가 주효했습니다. 아무리 양자컴퓨터라도 당장 암호체계를 풀어낼 정도로 기술이 개발된 것도 아니고, 양자컴퓨터가 안착하는 동안 블록체인 및 보안기술 또한 비약적으로 발전할 거라고 주장한 것이죠.

암호화폐 업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는 양자컴퓨터, 정말 암호화폐를 뚫어낼 수 있는 걸까요.

◇이진법을 뛰어넘은 양자컴퓨터

해답을 구하려면 양자컴퓨터가 무엇인지부터 간략하게나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현존하는 가장 좋은 컴퓨터인 ‘슈퍼컴퓨터’는 0과 1로 연산하는 이진법으로 정보를 처리합니다. 숫자를 두 개의 나열과 조합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처리합니다.

기술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그 원동력은 이른바 ‘양자역학적 호기심’입니다. 양자역학은 원자와 전자 등 아주 작은 단위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합니다. 이를 컴퓨터에 적용해 0과 1 사이에 존재하는 ‘더 작은 연산단위’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탐구가 시작된 것이죠.

이런 호기심은 구글에서 열매를 맺게 됩니다. 구글은 0과 1 사이에서 0과 1을 동시에 구현하는 ‘큐비트(qubit)’라는 단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큐비트가 양자역학의 아주 작은 단위에서 힌트를 얻어 탄생한 터라 이를 통해 연산하는 컴퓨터를 양자컴퓨터라 부릅니다.

◇엄청난 연산능력이 빚어낸 두려움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복잡한 ‘암호화’ 과정을 거칩니다. 정보를 저장하고 제공할 수 있는 블록이 생기면 블록끼리 연결돼 정보를 분산 저장하게 됩니다. 하나의 중앙기관이 정보를 독점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서로 떨어져 있던 별개의 블록이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체인’으로 연결될 때 복잡한 조합의 암호가 무작위로 만들어집니다. 이 암호를 모르면 블록에 저장된 정보를 들여다 볼 수 없는 것이죠. 암호화폐의 보안성은 이 암호의 복잡성과 신뢰도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 컴퓨터 기술로는 이 암호를 알아내거나 유추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엄청난 연산능력을 가진 양자컴퓨터가 등장하자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동요했습니다. 양자컴퓨터라면 블록체인 암호를 능히 파악할 거란 두려움이 생긴 것이죠. 실제 양자컴퓨터는 이진법 아닌 큐비트라는 더 작은 단위를 기반으로 계산 횟수를 대폭 줄였고 자연히 연산 속도는 올라가게 됐습니다. 구글은 최근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리는 연산을 양자컴퓨터 칩 ‘시커모어’가 3분20초 만에 해결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블록체인 해킹, 10년 내엔 어렵다”

하지만 암호화폐 및 컴퓨터 업계에선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공포는 ‘기우’에 가깝다는 입장입니다. 구글이 발표한 양자컴퓨터 성능부터가 과장됐다는 겁니다. IBM은 시커모어가 3분여 만에 푼 연산을 슈퍼컴퓨터는 1만 년 걸려 해낼 거라는 구글의 설명이 부정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논문에 게재된 대로 변수를 통제하면 지금의 슈퍼컴퓨터도 이틀 만에 풀 수 있다는 겁니다.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역시 구글의 발표를 “수소폭탄과 핵융합의 관계와 같다”고 비유했습니다. 핵융합 실험에 성공했다고 해서 당장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게 아니듯이, 양자컴퓨터 기술이 현실에서 구동되려면 아직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양자컴퓨터가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을 파괴할 수준에 도달하려면 최소 30년은 걸린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구글도 이런 반론에 수긍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양자컴퓨터 개발팀은 “현재 암호화폐가 양자컴퓨터 때문에 위협을 받게 되는 일은 대략 10년 후에나 가능한 먼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양자컴퓨터 개발과 함께 새로운 보안시스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일각에선 양자컴퓨터 기술이 되레 암호화폐의 보안성을 더욱 강화하는 ‘보완재’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양자컴퓨터의 연산 능력으로 지금보다 더 예측하기 어려운 암호를 만들어낼 수 있다”(스콧 애런슨 미 텍사스대 양자물리학 교수)는 겁니다.

양자컴퓨터 기술과 암호화폐의 보안성. 둘의 관계가 적대적일지 상호보완적일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습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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