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70년 무역역조 끝에 5년 만에 최고의 '수출 효자'로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지원과 신시장 개척 위한 '혁신' 필요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7년 12월 '화장품산업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했다. 관련 분야의 산·학·연 전문가 34명으로 이뤄진 '화장품산업 발전기획단'이 31차례에 걸쳐 분과회의와 워크숍 등을 가진 끝에 수립한 내용이었다.

계획은 △피부과학응용・4차산업혁명 선도기술 활용 유망기술 개발 △화장품산업의 체계적인 지원・육성 시스템 구축 △한국 화장품 잠재수출시장 개척지원을 통한 수출 다변화 △합리적인 화장품 규제개선을 통한 화장품산업 활성화 등 4대 목표가 골자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화장품 수출액 119억 달러를 달성, '화장품 수출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원대한 비전도 담았다. 계획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을까? 4대 목표는 부문별로 속도 차이가 있긴 하나 11개로 이뤄진 추진전략을 통해 조금씩 진척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세계 3대 화장품 수출 강국'이라는 최종 비전에는 보다 빠르게 다가가는 모양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를 기준으로 이미 2017년 우리나라가 화장품 수출국 '세계 4강' 반열에 오른 것이다.

물론 1~3위를 차지한 프랑스와 미국, 독일은 화장품산업 초강국으로서 우리나라가 이들을 제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2022년 수출액 목표인 119억 달러도 만만한 수치가 아니다. 2018년 수출액이 62억 달러를 좀 넘는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를 포함해 향후 4년간 매해 17%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실현할 수 있는 목표다.

그러나 다소 어려운 목표라 하더라도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설령 비전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최근 몇 년간 국내 화장품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은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며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지원과 육성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명운을 건 수입 브랜드와의 싸움

전 세계 화장품시장은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기반을 둔 다국적 기업들의 각축장이다. 화장품은 정밀화학기술이 요구되는 기술집약적 품목으로 대다수 국가가 화장품 생산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생산 가능한 나라에서도 막강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들에게 대부분 자국 시장을 내준 형편이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45년 창립한 '태평양화학공업사'를 우리나라 최초의 화장품 기업으로 보고 이때를 산업 태동의 시점으로 치면 국내 화장품산업의 역사는 올해로 74년이다. 초창기엔 산업으로서 면모를 갖추기 어려웠다. 기술력도 낮았던 데다 국민 생활 수준이 당장 끼니를 걱정할 처지였기에 화장품까지 바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상당 기간 화장품은 사치품으로 취급됐고 사치품답게 시장엔 밀수품이 판을 쳤다.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됐을 땐 수입 브랜드들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국산 화장품은 여전히 기술력에서 밀리기도 했거니와 이를 빌미 삼은 수입 브랜드들의 은근하면서도 공세적인 마케팅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백화점을 선점한 수입 브랜드들의 공세를 피해 국산 브랜드들은 방문판매로, 화장품전문점으로 새로운 유통망을 만들어가며 시장을 확보해갔다.

경쟁력 강화 담금질···세계 시장으로의 진출

먹느냐 먹히느냐의 명운을 건 싸움이 어느 정도 대등한 경쟁 양상으로 전환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저가 화장품 열풍과 함께 합리적 소비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기업들에게 전에 없던 활로가 트인 것이다.

브랜드숍들이 대거 등장하고 덩치를 키우면서 이들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OEM·ODM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생겨났고 성장 가도를 달렸다. 생산 설비의 대대적 확충과 함께 선진화가 이뤄지고 기술 경쟁이 격화되면서 국내 화장품업계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된 것이다.

국내 시장을 방어하는 데 급급했던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에 눈을 돌린 것도 이즈음이다. 때마침 한류 바람이 일기 시작하면서 해외에서도 한국의 화장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첫 주자는 '비비크림'이었다.

비비크림은 원래 피부과 후처치용으로 독일에서 탄생한 제품인데 국내 화장품업계는 이를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메이크업베이스 아이템으로 응용 개발해 보급했다. 2005년을 전후해 차츰 알려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해외 소비자들도 한국식 비비크림을 찾으며 수출 대박 품목으로 거듭났다. 지금까지도 국내외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비비크림은 명실상부 'K-뷰티' 열풍의 서막을 알린 역사적인 아이템으로 불릴 만하다.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로컬 기업들의 비중이 확대되고 비비크림이라는 세계적인 히트 아이템까지 탄생했지만 우리나라의 화장품 무역수지는 여전한 적자였다. 2000년 들어 본격적으로 화장품 수출액이 늘기 시작했으나 수입액을 넘기기엔 역부족이었다. 화장품 무역수지는 매년 2억에서 4억 달러 사이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70년에 가까운 지긋지긋한 무역역조의 역사를 끝낸 해는 2014년이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화장품 수출액은 18억7,357만 달러로 수입액인 13억8,636억 달러보다 4억8,722달러 더 많았다. 이후 매해 흑자액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5년엔 15억1,297만 달러, 2016년엔 27억4,435만 달러, 2017년엔 34억1,689만 달러 규모의 흑자액을 기록했다.

깨어나는 신시장으로···신화는 계속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은 62억6,020만 달러 규모에 달했다. 이는 휴대폰, 의약품의 수출액을 앞서는 수치다. 무역흑자액은 46억4,473만 달러까지 성장했다.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이 3.5배 증가하는 동안 화장품 수출액은 60배나 늘었다. 화장품이 수출 대국 한국의 신성장 동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것이다.

최근 들어 화장품 수출액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고 'K-뷰티'의 인기가 식은 게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지만 수출효자 상품으로서 화장품의 가치는 여전하다. 동남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시장이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전 세계 130개가 넘는 국가에 화장품을 수출했지만 중국 비중이 40%를 넘었다.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다는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화장품 기업들은 신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깨어나는 신남방·신북방 국가들이 핵심 타깃이다.

화장품은 문화적 파급력도 높은 품목이다. 초반엔 한류를 배경 삼아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한류를 선도하는 아이템으로 활약하고 있다. 수많은 해외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구매하러 방한하고 인터넷 쇼핑몰을 들락거리고 있다. 화장품이 국가 홍보에 기여하고 이미지 향상에 일조하며 위상을 제고하는 역할까지 맡고있는 셈이다.

김도현 뷰티한국 기자 kbeauty7243@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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