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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학대 음란물 만들었는데도 집행유예 ‘관대한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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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학대 음란물 만들었는데도 집행유예 ‘관대한 법원’

입력
2019.10.31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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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1년간 판결문 분석] 

 제작 혐의 14건 중 실형 선고 4건뿐… 양형 강화 목소리 거세져 

한국과 미국, 영국 등 32개국 수사기관이 '다크웹'(dark web)에 개설된 아동음란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16일부터 폐쇄했다. 경찰청 제공
한국과 미국, 영국 등 32개국 수사기관이 '다크웹'(dark web)에 개설된 아동음란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16일부터 폐쇄했다. 경찰청 제공

다크웹 아동음란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사건(본보 23일자 12면 '다크웹 아동음란물 운영자 '걸려봐야 집유' 아청법 검색)의 파장이 계속 번져나가고 있다. 아동음란물 문제를 너무 가볍게 여긴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반론도 있다. 해외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아동음란물을 직접 제작한 이들이고, 한국인들의 경우 인터넷에 떠도는 아동음란물을 내려 받아다가 다시 올린 경우가 대부분이라 상대적으로 처벌이 가볍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30일 본보가 지난 1년간 아동음란물 제작 혐의로 처벌 받은 사건 14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아동음란물 제작의 경우에도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불과 4건에 그쳤다. 10건은 집행유예였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음란물 제작 혐의의 처벌 기준은 한국도 ‘무기징역 이하, 5년 이상’이다. 하한선인 ‘징역5년 이상’은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강력하다. 하지만 징역형이 선고된 4건 중에서 진짜 5년 이상이 선고된 사건은 단 한 건 밖에 없었다. 최저선의 처벌만, 그것도 어쩌다 한번 내릴 뿐이다. 아동음란물 제작에 대해서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구체적 처벌 사례를 보면 더 확연히 드러난다.

아동 청소년 음란물 처벌 관련 통계. 그래픽=박구원기자
아동 청소년 음란물 처벌 관련 통계. 그래픽=박구원기자

영국 국가범죄청(NCA)이 적발한 매튜 팔더의 경우, 인터넷상에서 만난 10대 청소년들에게 여성 예술가인 것처럼 위장해 접근했다. 예술 작품을 하자는 식으로 아이들을 꼬드겨서 성적이거나 노출이 심한 사진 등을 찍어 공유하게 했다. 137건의 범죄행위가 확인됐고 영국은 팔더에게 징역 25년형을 선고했다.

한국의 A씨는 지난해 1월 인터넷을 통해 당시 8살 여자아이에게 접근했다. 자신은 10살 초등학생인 것처럼 위장해 ‘모델놀이’를 하자고 꼬드겼다. 그러고선 8살 여자아이에게 이상한 자세, 혹은 나체로 찍은 사진을 요구했다. 때론 제 몸을 더듬으라고 주문하고 동영상도 찍으라 했다. 이런 방식으로 넉달 동안 여러 사진과 동영상을 받아냈다.

하지만 A씨에 선고된 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뿐이었다. 감경 사유는 다양했다. △A씨가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피해자와 합의했다 △A씨 가족이 선처를 탄원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예전에 성범죄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 때문에 신상정보 공개명령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모(23)씨만 해도 사이트를 통해 3,000여개가 넘는 음란물을 관리했지만 고작 1년6월의 실형에 그쳤다.

14건 중에 유일하게 징역 5년을 받은 사례는 지난 8월 광주고법에서 형이 확정된 B씨다. B씨는 20대 남성인 척 하면서 채팅 앱을 통해 피해자 2명에게 음란한 행위를 촬영하게 한 뒤 이 동영상을 미끼로 계속 협박과 학대행위를 반복했다. 심지어 경찰 조사 도중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범행을 계속 이어나가기도 했다. 더구나 B씨는 청소년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러 2년 6개월간 복역한 전과도 있었다. B씨가 그나마 5년형을 받은 건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중학생과 성행위를 하며 이를 촬영하는 등의 방식으로 아동음란물 25편을 제작한 C씨는 지난 7월 서울고법에서 고작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

다크웹에서 아동 포르노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손씨 등에게 엄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다크웹에서 아동 포르노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손씨 등에게 엄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아동음란물 제작 범죄는 일단 한번 걸려든 피해자를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동음란물 제작 범죄는 대개 제작 외에도 위계에 의한 간음, 강요, 공갈 등의 혐의가 함께 적용된다. 그럼에도 이들 사건들은 줄줄이 집행유예다.

16~18세 피해자 3명을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꼬드겨 음란행위를 하도록 한 후 이를 녹화해 “말을 듣지 않으면 지인에게 영상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한 D씨도 지난 7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끝났다. 열세 살 아이를 꼬드겨 성관계를 맺고 이를 촬영해서 인터넷에다 올린 E씨도 지난 8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만 선고 받았다. 13~18세 여성 9명을 스튜디오로 유인해 카메라로 은밀한 곳을 찍은 F씨도 ‘성폭력 전과가 없고 F씨 지인들이 선처를 부탁한다’는 이유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피해자와 합의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았다 △피해자 나이가 더 많을 것으로 착각했다는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법원이 이런 식으로 물러터진 반응을 보이면서 아동음란물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6년 해외 사례를 분석해 내놓은 ‘아동ㆍ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대한 국민인식과 효과적인 규제방안 연구’에 따르면, 미국 연방법률은 미성년자 음란물 제작에 대해 ‘5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을, 재범은 ‘15년 이상 40년이하의 징역’을 선고토록 규정하고 있다. 규정 자체로만 따지만 ‘5년 이상 무기 징역 이하’를 규정해둔 우리나라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최악의 경우 5년형을 선고할 뿐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법원의 양형 강화를 주문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7년 내놓은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분석’ 연구에 따르면, 음란물 제작 등 사건의 1심 선고 유형은 벌금형이 38.5%로 가장 많았다. 집행유예 선고 비율도 37.2%에 달했다. 윤덕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 자체는 살인죄와 비교될 만큼 처벌을 강화시켜 놓은 상태”라며 “그렇기 때문에 법원에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재범 방지 교육 등 부가 처분도 더 강화하는 등 엄벌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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