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최장수 CEO 최양하 한샘 회장 물러난다
알림

최장수 CEO 최양하 한샘 회장 물러난다

입력
2019.10.31 06:00
21면
0 0

 “가구 아닌 공간을 판다”…인테리어 업계 산 증인 

지난 25년 동안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을 이끌어온 최양하(70)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며 국내 최장수 전문경영인 기록을 세운 최 회장은 한샘을 매출 2조원 규모의 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샘은 31일자로 최 회장이 스스로 회장직을 내려놓고 퇴임한다고 30일 밝혔다. 최 회장이 내달 1일 사내 월례조회를 통해 직원들에게 직접 퇴임을 공식적으로 알릴 예정이라고 한샘 측은 설명했다.

최양하 한샘 회장. 한샘 제공
최양하 한샘 회장. 한샘 제공

1973년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최 회장은 1979년 한샘에 입사했다. 올해로 입사 40년, 최고경영자(CEO) 25년이다. 그가 1994년 45세 때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지금까지 한샘은 매출 약 15배, 영업이익 14배, 시가총액 50배가 뛰었다.

최 회장 입사 당시 우리나라 가정의 상당수는 여전히 부뚜막에서 밥을 지었다. 당시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이 막 시작되며 현대식 부엌이 보급되는 걸 목격한 최 회장은 규격화한 부엌 설계를 토대로 한 주방 가구 대중화를 선도했다.

1994년 CEO에 오른 이후 최 회장은 ‘가구가 아닌 공간을 판매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업체들이 가구를 개별적으로 팔았지만, 한샘은 소파와 장, 식탁 등을 합친 ‘거실 상품’을 선보였고, 침실과 거실을 통째로 꾸민 공간 전체를 세트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본격 뛰어든 주택 리모델링 시장에서 최 회장은 자동차 공정의 일괄 생산 시스템에서 착안해 주거공간 상품 창출을 구체화했다. 상담부터 설계, 시공, 유지보수 전 과정을 일원화했고, 부엌과 욕실, 창호, 마루, 문 등을 한데 묶어 규격화한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냈다. 이 같은 한샘의 ‘리하우스’ 사업은 한 달까지도 걸렸던 집 전체 공사 기간을 일주일로 줄였다.

최 회장은 입사 이후 7년 만인 1986년 부엌가구 부문을 업계 1위로 올려 놓았다. 2013년에는 가구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고, 4년 뒤인 2017년엔 2조원을 찍었다. 그 바탕에는 앞선 경영 시스템 도입이 있었다. PC 개념조차 생소하던 1989년 최 회장은 건축이나 중장비 분야에서나 쓰던 컴퓨터 설계(CAD) 프로그램을 부엌 가구에 도입했다. 수십년간 모눈종이에 연필로 설계도를 그리던 관행을 깬 결과 공정 시간과 생산력, 오차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1999년엔 본사와 공장, 수백개 유통채널과 수천여명의 시공요원을 전산으로 통합 관리하는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해 ‘가구업계의 꿈’이던 ‘3일 납기, 1일 시공’을 현실로 만들었다.

최양하 한샘 회장. 한샘 제공
최양하 한샘 회장. 한샘 제공

지난 2014년 스웨덴 가구기업 ‘이케아’가 국내에 들어올 때 한국 브랜드는 다 죽을 거란 우려가 파다했다. 최 회장은 업계가 온라인 판매와 비용 절감에 매진할 때 반대로 영업과 시공 사원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전략은 적중했다. 한샘은 이케아와의 경쟁 속에서 매출이 오히려 두 배로 늘었다.

가구와 인테리어 사업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사람이 하는 서비스업”이라는 신념을 늘 강조했던 최 회장은 직원들과도 거리낌 없이 소통했다. 1980년대 중·후반 공장장 시절에는 직접 야학을 열어 직원들에게 영어를 가르쳤고, CEO가 된 뒤엔 직원들이 육아와 일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모성보호 제도를 도입하는 데 힘을 쏟았다.

최 회장은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많았다”고 자신의 인생을 평가했다. 그는 퇴임을 앞두고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정리해 다른 이들에게 전수하는 것도 내 역할”이라며 “앞으로 후배들을 위한 활동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샘은 조만간 이사회를 통해 최 회장의 뒤를 이을 신임 회장으로 강승수(54) 부회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그 동안 재무를 총괄했던 이영식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해 전략기획실을 지휘하게 된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