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성매매를 하던 한국인 남성들이 현지 공안에 대거 입건됐다.
30일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휴일이던 지난 27일 오전 1시쯤 호찌민 시내 한국인 운영 유흥주점(가라오케) 2곳에 10여명의 공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들이닥쳤다. 이어 이들은 접대부와 주점 밖을 나간 손님 리스트를 확보, 이들이 옮겨간 호텔을 포위해 모두 9명의 한국인 남성을 성매매 혐의로 체포했다.
이 소식통은 “성관계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된 한 남성(72)은 바로 풀려났지만, 나머지는 인근 공안 유치장에서 오후까지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현재 다른 남성들도 모두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호찌민 총영사관 관계자는 “성매매 혐의를 받고 있는 9명 외에도 관리자급 여성 2명 등 모두 11명의 한국인이 조사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며 “여성들에 대해선 아직도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성매매를 조직적, 지속적으로 알선하는 경우 5~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베트남 공안은 영장 없이 최대 9일 동안 구금, 수사할 수 있다.
현지에 파견된 경찰 관계자는 “수사는 전적으로 베트남 공안의 영역”이라며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종료 시점에 구속 여부가 결정되며, 이 과정에서 언론 보도가 이뤄진다.
베트남에서는 이번 단속이 한국인을 특정한 데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규모로 이뤄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경제력 우위의 한국인 ‘섹스관광’에 대한 경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관광업계 관계자는 “작년 호찌민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93만4,000명으로 전년대비 70% 급증했다. 이 중 성매매를 포함하는 관광이 적지 않았다”라며 “한국인들의 섹스관광에 대한 일종의 경종”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지 성매매 단속은 불시에 연중 이뤄지지만 동시다발적 단속은 이례적이다.
베트남은 성매매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사실이 확산하면서 많은 한국인이 그 목적으로 베트남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에는 형법상 성매매 처벌 항목이 없고, 적발돼도 50만~100만동(약 2만5,000월~5만원) 수준의 행정벌금(과태료)만 내면 풀려난다.
이 외에도 이번 단속 배경을 공안 파벌간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업소 뒤를 봐주던 공안들끼리 이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다 본보기 삼아 표적 단속을 벌였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성매매에 대한 공식적 처벌 수위는 낮지만, 공식 과태료 외 비공식적으로 치르는 대가는 수 백 만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호찌민 총영사관 관계자는 “절도, 분실, 성매매 등 사건이 작년 한 해 700건이었지만, 올해는 10월 말 현재 850건을 넘길 정도로 한국인 관련 사건 사고가 많다”며 “접대부와 호텔로 들자마자 공안이 들이닥쳤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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