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쌀쌀한 밤, 말레이시아 페낭주 한 도심 노상에서 아이 홀로 유모차에 앉아 구걸하는 장면. 페이스북 캡처

유모차를 탄 자신의 아이에게 쌀쌀한 밤 노상에서 구걸을 시킨 말레이시아 남성이 공분을 사고 있다. 아버지는 결국 자수했다.

30일 오리엔탈데일리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말레이시아 페낭주(州)의 한 거리에서 홀로 구걸하는 아이의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 아이는 밤인데도 반팔 티에 짧은 바지를 입고, 맨발인 채였다. 아이가 앉은 유모차 앞에는 돈을 받는 용도로 보이는 플라스틱 상자가 놓여 있었다. 유모차 주변에는 트럭과 오토바이들이 어지럽게 주차돼 있다. 사진을 올린 페이스북 사용자는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아이를 따뜻하게 해줄 어떤 피난처도, 겉옷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아이의 부모도 보이지 않았다”고 썼다.

네티즌들이 거세게 비난하고 당국에 수사를 촉구하자, 29일 아이 아버지는 온라인에 사과문을 올리고 경찰에 자수했다. 사과문을 통해 아이의 아버지는 “최근 습한 날씨 때문에 노점을 차리고 장사를 할 수 없었다”라며 “그날 밤 모스크에서 돈을 좀 얻어볼 생각이었지만 인적이 끊겨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두 아이에게 구걸을 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고리대금업자에게 빚을 져서 매일 우리 돈 1만원 남짓을 갚아야 하지만 여의치 않아 쫓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이 아버지는 아이가 홀로 구걸하도록 방치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아이를 거리에 내려놓았을 때 다른 아이가 차에서 울고 있길래 차에 간 사이 누군가 혼자 있는 아이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내는 구걸에 대해 몰랐다. 나 자신의 경솔한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는 구걸 목적으로 어린이를 착취하면 최고 550만원의 벌금과 5년의 징역에 처한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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