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윤중천에게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법정에서 자신의 소회를 풀어놓았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자신의 결심공판에서 약 3분간 최후진술을 하면서다. 김 전 차관이 이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소상하게 털어놓은 것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2013년 ‘별장 성접대’ 의혹이 제기된 지 6년만의 일이다. 김 전 차관의 최후진술 전문을 소개한다. 김 전 차관에 대한 1심 선고는 11월22일 열린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아래는 김 전 차관 최후진술 전문
먼저 장시간 재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진실 발견을 위해 애써주신 검사님들과 변호인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앞서 제가 말 실수 한 것 사과합니다.
매일매일 반성하고 참회하고 있습니다. 다리를 펼 수도 없는 조그만 방에서, 햇볕도 들지 않는 방에서 윤중천과의 잘못된 만남으로 인한 공직자의 잘못된 처신, 부적절한 행위, 정말 뼈저리게 뼈저리게 질책하며 반성하고 반성하고 참회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아무도 없는 방에서 벽만 쳐다보며 홀로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실낱 같은 목숨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는 게 사는 게 아닙니다. 저를 믿고 이 법정에 있는 가족이 없었다면 저도 없었을 겁니다.
제가, 몇 줄 적어왔습니다. 동영상과 어떤 여성의 집요한 문제제기로 여기까지 흘러온 것 같습니다. 변호사님들께서 그래도 제 말을 끝까지 들어주시고, 그냥 지나쳐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그나마 문제점을 지적해주셔서 제가 꼼짝없이 당할 뻔 한 것을 만회한 것 같기도 합니다. 어려운 여건 하에서 애써줘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번 공소사실은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정말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제 평생 돈이나 뇌물을 받으며 공직생활 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대가성 있는 짓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저희 변호인들이 정말 자기가 당한 일처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영혼을 담아서 특정인들의 진술의 모순점, 법률상 쟁점을 압축되게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압니다.
검찰이 제출한 방대한 수사기록에 비하면 100분의 1도 안되는 작은 분량이지만 미숙하나마 저희 의견서, 마지막 부탁이 있다면 외면하지 마시고 꼭 한 번이라도 살펴봐 주시길 간곡히 부탁합니다.
할말이 너무나 많지만 자숙하겠습니다. 모든 불미스러운 일이 모두 제 책임입니다. 너무나 힘든 날의 연속이고 구치소에서 죽을 것 같습니다. 바람이라면 죽어서 부모님 뵐 낯이 있으면 합니다.
이 공소사실은 아닙니다.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병약한 아내의 곁에서 보살피며 조용히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존경하는 재판장님, 주심 판사님, 배석 판사님께서 허락만 해주신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다시 한 번 정말 부끄럽습니다.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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