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조에 나선 여야 4당을 중심으로 국회의원 증원 주장이 제기됐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7일 “(의원 정수를) 현행 300석에서 10% 범위로 확대하는 합의가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의원 정수 확대에 찬성하고 있다. 29일 국회 본회의 부의(附議) 예정인 공수처법을 통과시키려면 의원 정수를 늘리는 내용으로 선거법 개정안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야 4당 지도부는 검찰ㆍ선거제 개혁법안 표결 시 지역구 축소 영향을 받는 의원들의 ‘이탈표’를 우려하고 있다. 의원 정수 확대를 통해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관건은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과 자유한국당의 반대다. 한국당도 당초 의원 세비 총액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방안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선거제 개혁 전면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면서 오히려 의원 정수 축소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정의당이 의원 정수를 확대하자는 것은 염치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민 뜻도 의원 정수 확대에 부정적이긴 마찬가지다. 연초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득표율에 비례한 선거제 개혁에 찬성하면서도 의원 정수를 줄이고 200가지가 넘는 특권을 없앨 것을 요구했다. ‘지역구=기득권’인 상황에서 의원 정수를 줄이면서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체 인구에 비해 현행 300석인 의원 수가 많은 것도 아니다. 선진국에서 의원 1인당 인구 수가 우리나라보다 많은 곳은 미국 일본 멕시코뿐이다.
그럼에도 경제ㆍ민생 법안 처리는 외면한 채 정쟁과 파행만 일삼아 온 국회가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후안무치하다. 여야는 19대와 20대 총선 때도 ‘세비 30% 삭감’을 공약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국민은 경기 침체와 고용 한파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기에 앞서, 세비를 대폭 깎는 등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여야는 국민 다수가 의원 정수 확대에 반감을 갖는 이유를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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