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본관 전경. KBS 제공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KBS와 검찰의 유착 의혹을 문제 삼아 KBS수신료 전기요금 분리징수를 요청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뉴스를 송출하는 공영방송에 수신료 납부를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당장 KBS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하십시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KBS 수신료 전기요금 분리징수 청원’의 내용입니다. 청원자는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보도 과정에서 불거진 KBS와 검찰 관계 논란을 거론하며 수신료 납부 거부 방안을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해당 청원은 25일 기준 동의 수 10만 6,000여건을 기록했습니다.

KBS 수신료 거부 주장이 제기된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닙니다. 1980년대부터 약 30년간 수신료 정당성 논쟁은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됐는데요. KBS 수신료 납부 거부 움직임은 왜 끊이지 않는 걸까요.

1999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방송국 본관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왜 KBS만 수신료를 걷는 걸까요? 

수신료 제도는 1963년 박정희 군사정부 때 TV 방송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월 100원씩 징수하던 것이 시작입니다. 이후 1980년 이전까지 수 차례에 걸쳐 인상돼 800원이 됐죠. 1980년 컬러방송 개시를 명분으로 다음해 월 2,500원으로 책정한 뒤 현재까지 이 금액이 유지되고 있죠.

한국전력이 수신료 징수 업무를 위탁 받은 1994년 10월부터는 수신료가 전기요금에 포함돼 징수됐습니다. 사실상 수신료 납부가 의무화한 겁니다. 따로 수상기 등록 신고를 하지 않아도 KBS는 등록대장을 만들어 수신료를 징수합니다. 요즘 별다른 인식 없이 KBS 수신료를 납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이 때문입니다. KBS는 1년에 약 6,000억원 가량을 수신료로 징수하고 있습니다.

KBS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근거는 이렇습니다. 방송법 제64조에 따르면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텔레비전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사(KBS)에 그 수상기를 등록하고 텔레비전 방송수신료를 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TV 수상기 소지만으로 법적인 납부 의무를 가지게 되므로,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내외국인은 누구나 수신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수신료 부과에 관한 위헌소원사건 판결에서 ‘(수신료는) 공영방송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경비 조달에 충당하기 위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이라고 법적 성격을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KBS에 따르면 수신료는 공영방송으로써 국가적인 문화 및 스포츠 행사 주관, 소수계층을 위한 프로그램 제작, 시청자 권익 보호(시청자위원회ㆍ수신료콜센터ㆍ시청자상담실), 우리말과 글의 보존을 위한 연구 진흥, 디지털 방송기술 연구 개발 등에 쓰인다고 합니다.

2019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본관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KBS 수신료 거부 운동은 언제 시작됐나요?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KBS 밤 9시 뉴스의 오프닝은 대부분 “오늘 전두환 대통령은…”이라는 멘트로 시작됐습니다. 9시를 알리는 ‘땡’ 소리와 함께 전 전 대통령의 근황이 보도된다고 해서 ‘땡전뉴스’라는 비아냥 섞인 말까지 등장했죠. 결국 1986년 정부의 언론통제에 반발하는 ‘KBS 시청료 거부 범국민 운동본부’가 출범하면서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이 전국적으로 펼쳐졌습니다. 물론 KBS 수신료 징수를 막지는 못했죠.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KBS 수신료 문제는 여야의 정쟁 대상이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전기요금과 KBS 수신료를 분리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KBS를 시청하지 않는 사람까지도 강제 납부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었으나, 민주당 등의 반대로 무산됐죠.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엔 공수가 바뀌었습니다. 이번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병합 징수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때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이를 반대했죠.

최근에는 아예 수신료 제도를 폐지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8월 KBS 수신료를 폐지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수신료 강제 부과와 전기요금 통합징수 규정을 삭제해 국민이 KBS 시청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지난 7월 한국당은 KBS가 ‘뉴스9’에서 일본 불매운동을 보도하며 한국당 로고를 노출하자 25억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KBS수신료 거부운동’을 벌이기도 했죠.

 ◇KBS 수신료 강제 징수는 정당한가요? 

2006년 'KBS 수신료 징수 위헌 소송 추진본부'는 KBS 수신료의 ‘강제 징수’는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헌재는 “방송법 제64조 등에 따른 것으로, 헌법 위반이 아니다”라며 각하했습니다.

2015년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등 시민단체가 제기한 ‘수신료 분리고지 거부처분 취소소송’도 원고 패소 판결이 났습니다. “우리 법은 수신료를 누구나 납부해야 하는 특별부담금으로 보고 있어 수신료 납부에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었습니다. 현재로선 방송법 개정 외엔 수신료 의무 징수를 막을 길은 없는 거죠.

17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KBS 국정감사에서 양승동 KBS 사장이 답변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 KBS 수신료는 왜 아까운 돈이 된 걸까요? 

국민들은 왜 KBS 수신료를 ‘아까운 돈’으로 생각할까요. 먼저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거론되는데요. 케이블 방송의 성장, 디지털 매체의 진화, 모바일 시장 활성화 등 매체 환경이 변하면서 공영방송에게만 지원을 몰아줄 이유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의 파급력이 커지면서 지상파 방송, 공영방송에 대한 의존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흐름이죠.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외풍에 시달리는 상황도 KBS에 대한 회의감을 키운 이유였죠.

KBS의 경영지표는 악화하고 있는데, 방만한 경영을 이어간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국민의 혈세나 다름 없는 수신료 인상으로 경영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는 눈총인데요. KBS는 시청률 하락과 광고 감소 등으로 올 상반기 655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연간 적자규모 585억원을 이미 넘어선 수치입니다. 그러나 경영난에도 1억원 이상 고액 연봉자는 매년 늘어 전체 60%를 넘어섰습니다.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윤상직 한국당 의원이 KBS로부터 제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총원 대비 연봉 1억원 이상 받은 인원 비율은 2016년 58.2%, 2017년 60.3%, 2018년 60.8%로 늘었습니다. 직원 3명 중 2명이 1억원 이상을 받는 셈이죠.

또 수신료를 위탁 징수하는 한전에 매년 320억원씩, 25년간 약 8,000억원을 지급해 막대한 돈을 낭비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윤 의원은 "KBS는 수신료가 부족하다며 매년 인상을 주장하지만, 정작 수수료로 막대한 돈을 낭비해 오고 있었다"라며 "경영난을 겪고 있으면서 위탁수수료와 같은 외부 비용을 줄일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대해 KBS는 "현재의 수신료 위탁수수료 지급률은 1998년 5.05%로 시작했고(1994~97년은 정액제), 현재 6.15%는 2012년 이후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며 "2010년 이후 물가상승률이 16%, 공공부문 임금인상률 25% 수준임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