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Why] 화 돋우는 자살예방문구? 마포대교는 왜 위로를 멈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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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Why] 화 돋우는 자살예방문구? 마포대교는 왜 위로를 멈췄나

입력
2019.10.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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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위로 문구 적절성 논란에 문구 전체 철거…“실효성 없다” 지적도 한 몫 

서울 마포대교 난간에 자살 예방용 대화 형식 메시지가 적혀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여의도와 마포를 잇는 ‘생명의 다리’가 있습니다. 한강과 국회의사당, 63빌딩 등 도심 경관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곳, 탁 트인 전망으로 노을이 지면 남다른 운치를 만끽할 수 있는 곳, 바로 마포대교입니다.

하지만 마포대교는 생명의 다리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자살대교’로 더 유명하죠. 2012년 서울시가 투신 방지를 위해 삶과 희망을 주는 문구를 다리에 새겨 넣었지만, 자살 시도자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봅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5개년 서울특별시 자살 사망 분석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17년 교량별 자살 사망자는 마포대교 113명(26.5%), 한강대교 36명(8.4%), 광진교 30명(7.0%), 잠실대교 20명(4.7%) 순입니다. 한강 다리 중 자살로 사망한 사람이 가장 많은 다리인 셈인데요.

최근 서울시는 몇몇 자살 예방 문구에 오해의 소지가 있고, 자살 예방 효과도 미미하다며 7년 만에 마포대표 자살 예방 문구를 제거했습니다. 자살 시도자에게 희망을 주고자 했던 자살 예방 문구는 어쩌다 초라하게 퇴장 당한 걸까요.

지난해 마포대교에서 바라본 풍경. 자살 예방 목적으로 설치된 펜스와 문구가 눈에 띈다. 서재훈 기자

 ◇소통형 스토리텔링 방식 도입한 ‘생명의 다리’ 

2012년 서울시는 삼성생명과 함께 생명의 다리 캠페인의 일환으로 세계 최초의 쌍방향 소통형 스토리텔링 다리를 조성했습니다. 다리와 보행자가 서로 대화를 나누고 교감하는 방식으로 자살을 방지하자는 취지였는데요.

이에 따라 마포대교 1.9㎞ 양 보도 난간에는 자살 시도자를 위로하는 문구가 새겨졌습니다. 난간에는 LED조명을 설치해 밤에도 문구가 잘 보이도록 했죠. 보행자가 지나가면 동작감지 센서가 움직임을 감지해 “말 안 해도 알아”와 같은 위로 메시지가 보이도록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2013년 서울시는 시민 공모를 거쳐 문구를 선정해 다리를 새로 꾸몄고, 그 해 ‘2013 부산국제광고제’에서 대상을 타며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기술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자살대교가 휴식의 장소로 탈바꿈했다는 평이 나왔죠.

지난해 마포대교에서 바라본 자살예방 문구. 서울시는 지난 9일 문구를 모두 제거했다. 서재훈 기자

 ◇위로는 커녕 역효과? 문구 부적절 논란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효과를 두고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일부 문구가 부적절하거나, 의미가 난해하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수영 잘해요?’ ‘쟤 깨워라’와 같은 문구는 되려 자살 시도자의 화를 돋운다는 말이 많았죠. ‘할머니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폭포는? 나이아가라 폭포’ ‘하하하하하하하’ ‘짜장면이 좋아? 아니면 짬뽕이 좋아?’ 등 자살 예방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농담 위주의 문구도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죠. ‘젊었을 때 고민 같은 거 암 것도 아니여. 나이들어봐’라는 문구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전형적 ‘꼰대’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실효성 논란도 제기됐습니다. 다리가 유명해질수록 오히려 자살 시도자 수는 증가했는데요.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마포대교에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2011년 11명에서 2012년 15명, 2013년 93명, 2014년 184명으로 증가 추세였습니다. 2015년 삼성생명이 운영 지원을 중단하면서 생명의 다리는 점점 더 빛을 잃어갔습니다. 자살 예방 문구 부착 소식이 알려지면서 마포대교가 되레 자살의 명소로 부각된 셈이죠.

서울시는 앞으로 투신을 막을 안전장치를 늘리는 데 집중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2016년 마포대교에 투신 방지 난간을 설치한 이후 211명이던 자살 시도자는 다음해 163명으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서울시가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감성적인 정책보다 안전시설 보완과 확충에 집중하려는 이유입니다. 이번엔 마포대교가 오명을 벗고 진정한 생명의 다리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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