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 8차 사건의 마지막 남은 2개의 증거물에서 범행을 자백한 이춘재(56)는 물론 어떠한 DNA도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8차 사건을 자백한 직후 그 동안 보관해 왔던 증거물 2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경기남부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는 24일 브리핑에서 “(8차 사건의 증거물 관련해) 최근 국과수로부터 이춘재의 DNA를 비롯해 다른 남성의 DNA는 나오지 않았다는 결과를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2점의 증거물은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토끼풀 한 개와 이번 사건과 연관은 없지만 유사한 수법의 미제절도 사건에서 용의자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구멍 난 창호지 등이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양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초 8차 사건은 화성 사건 중 유일하게 집안에서 발생, 모방범죄로 분류된데다 당시 범인까지 검거됐지만 이춘재가 최근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하면서 논란이 됐다.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62)씨는 “경찰의 강압 수사 때문에 거짓자백을 하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재심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8차 사건의 증거물은 당시 경찰조차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국과수에 의뢰하지 않았던 것으로 혹시나 싶어 의뢰했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10차 사건의 증거물에서도 이춘재의 DNA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과수에서 이미 제출된 증거물에 대해 수차례 반복적으로 실시했지만 끝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10차 사건 증거물은 일부 분석 결과가 나온 다른 사건들보다 앞서 분석을 의뢰했지만 국과수에서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몇 차례 정밀분석을 진행했다”며 “하지만 최근 피의자의 DNA가 나오지 않았다는 결과를 최종 통보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춘재의 DNA가 증거물에서 나온 사건은 화성 사건의 3·4·5·7·9차 사건 등 모두 5건이다. 경찰은 이 사건의 범인으로 이춘재를 용의자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 중이다. 현재 국과수에 의뢰한 화성 사건은 2차 사건의 증거물이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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