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아직까지 발견됐다는 기록이 없는 ‘검은댕기수리’가 서해 소청도에서 처음 발견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 7일 인천 옹진군 소청도에서 검은댕기수리 1마리를 최초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여태껏 국내에서 발견된 기록이 없는 새여서 국문 이름이 없는 관계로 연구진은 이 새의 이름을 가칭 ‘검은댕기수리’로 정했다. 전체적으로 검은색이고 머리에 뿔과 같은 긴 깃을 갖고 있는 점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영어 이름은 ‘블랙 바자(Black Baza)’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새는 지난 7일 오후 3시쯤 소청도의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 인근 소나무에 내려앉았다가 잠시 후 날아올라 센터 상공에서 2분 정도 선회한 뒤 북쪽 대청도 방향으로 날아갔다. 이 새는 본래의 분포권을 벗어나 우연히 찾아온 ‘길잃은 새(미조ㆍ迷鳥)’로 추정된다.
검은댕기수리는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과 중국, 네팔, 부탄, 방글라데시 등에 분포한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텃새로 서식하지만 중국 서남부에는 여름 철새로 도래한다. 향후 분포권의 확장 등으로 검은댕기수리가 주기적으로 국내에 도래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확인된 검은댕기수리는 철새연구센터의 서해5도 지역 철새연구 과정에서 관찰됐다. 소청도는 철새 연구의 최적지로, 우리나라 조류 540여종 중 60%에 해당하는 328종의 서식이 확인됐다. 회색머리노랑딱새, 갈색지빠귀 등의 조류가 국내 최초로 기록된 곳이며 매, 벌매, 검은머리촉새 등 멸종위기 조류도 다양하게 관찰된다.
배연재 국립생물자원관장은 “국가 생물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미기록종 발견은 매우 중요하며, 미기록종을 발견할 가능성이 다소 희박한 조류 분야에서는 학술적으로 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서해5도 지역의 철새 현황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생물종 발굴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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