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초부터 ‘미세먼지 계절이 돌아왔다’는 뉴스가 빠르게 소비되며 ‘잿빛 시즌’의 서막을 알렸다. 여름내 신경 껐던 마스크 서랍을 열어 수량이 넉넉한지 확인하고, 스마트폰의 미세먼지 정보 앱을 작동 모드로 바꿔 놓았다. 이 좋은 가을날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의 야외 활동을 제한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가을엔 햇빛을 충분히 받아둬야 한다. 겨울을 나기 위해 체내에 필요한 비타민D를 만들어 놓을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이맘때이기 때문이다. 비타민D를 가장 효율적으로 확보하는 방법은 햇빛을 쬐는 것이다. 햇빛에 들어 있는 자외선이 피부 속 콜레스테롤을 비타민D로 바꾼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비타민D는 체내 반감기(양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걸리는 기간)가 20여일로, 약으로 섭취할 때보다 두 배 가까이 오래 남는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비타민D 결핍 인구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데다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체내 비타민D 농도에는 거주 지역이나 계절 변화, 연령, 인종, 동반 질환, 약물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핍 원인을 명확히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질병관리본부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약 93%는 비타민D가 부족하다.

비타민D는 뼈 건강과 면역력 향상을 위한 필수 영양소다. 생선이나 달걀 노른자, 육류의 간, 치즈, 버섯 등에 소량 들어 있지만, 식품 섭취만으론 필요량을 다 얻지 못한다. 일반적인 식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비타민D는 하루에 필요한 양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해외엔 비타민D 함량을 늘린 식품이 나와 있다지만, 국내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더구나 비타민D는 지용성이라 고지방 식품과 함께 섭취할 때 몸에 잘 흡수된다. 하지만 한식 식단은 대체로 고지방 구성과는 거리가 있다.

체내에서 비타민D는 칼슘과 인의 흡수를 돕고, 골밀도를 떨어드리는 부갑상선 호르몬 분비를 억제한다. 비타민D가 부족할 때는 우리 몸이 음식에서 흡수하는 칼슘의 양이 줄어든다. 그러면 부갑상선 호르몬이 혈액 속 칼슘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뼈에 들어 있는 칼슘을 빼낸다. 비타민D 결핍이 뼈가 굽는 구루병, 약해지는 골연화증 등을 불러올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임신 중 모체에 비타민D가 부족할 경우 출생 후 아이에게 자폐증 같은 뇌 기능 장애나 아토피 피부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타민D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요즘엔 검사도 가능해졌다. 체내 비타민D 상태는 물론 별도로 섭취했을 때 혈중 농도의 변화 추이까지 확인할 수 있다. 김세림 GC녹십자의료재단 전문의는 “비타민D를 과량 투여하면 식욕부진이나 설사 증상이 나타나고 혈중 칼슘 수치가 급격히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먼저 전문적인 검사로 비타민D 농도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이나 약보다 햇빛 쬐기가 비타민D 확보에 최상의 방법이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햇빛 쬐기로 충분한 비타민D를 얻으려면 일주일에 2, 3번은 오전 10시~오후 2시 사이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채 손이나 발, 팔, 다리 등 피부 전체의 약 25%를 10~20분 동안 햇빛에 노출시켜야 한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어렵지 않은 방법이지만, 그대로 따르자니 혼란스럽다. 가을에는 여름보다 자외선이 강하기 때문에 되도록 햇빛에 피부를 노출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 역시 전문의들의 조언이니 말이다. 게다가 미세먼지 역시 피부에 좋지 않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팔다리를 노출하는 게 더 꺼려진다.

최근 호주 QIMR버그호퍼 의학연구소와 호주국립대 연구진은 ‘영국 피부과학 저널’에 비타민D 생성에 자외선 차단제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리뷰논문을 실었다. 논문은 자외선 차단제의 SPF(자외선차단지수)가 중간 정도일 경우엔 피부에 발라도 비타민D 생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지만, SPF가 높은 제품에 대해선 결론을 못 내렸다. 미국 국립보건원(NIF)도 피부암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자외선을 통해 비타민D를 충분히 생성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다고 했다.

비타민D를 생각해서 아이에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말라고 해야 할지,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바르라고 해야 할지는 결국 엄마가 선택해야 하는 셈이다. 비타민D 생성을 위해 야외로 나가 햇빛을 쬐게 하는 게 나은지, 미세먼지를 피해 실내에 머물게 하는 게 나은지 판단하는 것도 오롯이 엄마 몫이다. 과학이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면서 엄마가 고민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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