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 출석… 심리 지연에 두 차례 휴정
정 교수 측 “건강 문제, 구속 불가 사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57일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일곱 차례 검찰조사 동안은 비공개로 검찰청사를 출입했지만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면서는 포토라인 앞에 섰다.
정 교수는 이날 오전 10시 10분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도착했다. 검찰의 수사 차량에서 내린 정 교수는 포토라인에 잠시 멈춰 선 뒤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재판(영장실질심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만 남기고 재판정으로 들어갔다. 표창장 위조 여부 등 다른 것을 묻는 질문에는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영장 심사는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시작됐다. 당초 오전 10시30분 심문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다른 사건 재판으로 늦어졌다. 또 정 교수 상태를 고려하느라 식사시간을 포함해 두 차례 휴정이 이뤄졌다. 오전 11시 시작된 심사는 오후 5시50분쯤 끝났다. 정 교수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법원 청사에 나타났지만 영장심사 과정에서는 심리가 계속 지연되자 매우 힘들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 심사에서는 자신에게 적용된 11개 혐의를 모두 전면 부인했다. 앞서 뇌경색·뇌종양 관련 CT·MRI 영상 및 신경외과의 진단서 등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던 정 교수 측은 이날 심사에서도 “방어권을 행사하거나 구속을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이날 심문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장시간 한 가정이 파탄날 지경으로 버티기 힘든 고통을 받았는데, 이제 차분하고 냉정하게 억울함을 밝힐 수 있게 마땅히 불구속 상태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교수가 수사 착수 이래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내자 취재 경쟁도 치열했다. 하지만 대부분 뉴스전문채널 및 종합편성채널은 정 교수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흐리게 처리(블러)하며 공개하지 않았다. 언론사들은 공직자였던 조 전 장관과 달리 정 교수는 공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에 이렇게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서울 서초동 일대에서 정 교수의 구속을 촉구하는 측과 영장 기각을 주장하는 측간 장외 대결이 벌어졌다.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9시부터 밤늦도록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정경심 교수 응원 촛불문화제’를 열고 “정 교수의 무사귀환”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반면 보수단체인 자유연대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등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정 교수의 구속을 촉구하는 맞불집회를 열고 “정경심 구속” 목소리를 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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