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어두운 국도에서 멧돼지 무리 중 2~3마리 쳤을 뿐” 
 경찰 “본인이 10마리 얘기한 건 아냐” 상황 설명 
멧돼지.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잘못된 뉴스로 한순간에 자신이 멧돼지 10마리를 치어 죽인 사람이 됐다는 한 남성의 호소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관심을 모았다.

자신을 해당 뉴스에 등장한 아우디 차주라고 밝힌 글쓴이는 지난 19일 자동차 전문 커뮤니티 사이트 ‘보배드림’에 ‘안녕하세요. 이번에 울산 아우디 멧돼지 10킬(?) 한 당사잡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쓴이 A씨는 “전국 뉴스에 나오는 모든 정보들이 모두 진실은 아니구나 싶었다”며 17일 사고 당일 상황을 전했다. A씨에 따르면 회사 본부에서 간담회를 마친 그는 오랜만에 만난 직원들과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밤 11시가 돼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술은 한 잔도 입에 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상황은 지난 17일 오후 11시 50분쯤 울산 울주군 온양읍 14호 국도 하철령에서 벌어졌다. A씨는 “문제의 14번 국도는 밤에는 정말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이고 자정엔 차도 아예 안 다니는 곳”이라며 “국도를 한참 달리던 도중 갑자기 헤드라이트 불빛이 떨어지는 단 몇 미터 눈앞에 시커먼 멧돼지 2~3마리 엉덩이가 보였다. 비명을 지르며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눈앞의 멧돼지를 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충격으로 실내 에어백이 터져서 말 그대로 순간 패닉 상태가 오더라”라며 “멧돼지 한 마리가 밑에 깔려 있는 것 같았다. 너무 무섭고 끔찍해서 한참을 그대로 앉아있었다. 정신을 차릴 때쯤 제 옆 2차선을 지나던 차들이 연속해서 또 퉁퉁하며 남은 멧돼지들을 치더라”라고 전했다. A씨는 “그때 제 기억에 흰색 포터가 멧돼지 몇 마리를 쳐서 갓길에 비상 깜빡이를 키면서 섰다”며 “또 얼마 후에는 어두운 색의 그랜저였나 소나타였나 하는 차가 또 다른 멧돼지를 친 후 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 운전자 분께서 내려서 한참 차를 살펴 보셨다. 아마 (멧돼지) 무리가 도로를 점령하고 있었나 보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사고 다음날 포털 사이트에 아우디 차량 1대가 멧돼지 10마리를 쳤다는 기사가 올라왔고 ‘멧돼지를 일부러 밟아 죽인 사이코’, ‘술마셨니. 다음에는 너도 멧돼지로 태어나라’, ‘10마리를 칠 정도면 면허 반납해라’ 등 댓글이 잇따랐다고 전했다. 실제로 18일 포털에는 한밤중 멧돼지 일가족 10마리가 무리를 지어 국도를 지나다 차량에 치여 숨졌다는 내용의 뉴스가 올라왔고, 기사에는 악성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뉴스에서는 자신이 멧돼지 10마리를 치어 죽게 했다고 보도됐지만 사실은 2~3마리를 쳤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울산 울주경찰서 온양파출소 관계자는 21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현장에 출동해서 차주에게 ‘상식적으로 차 한 대에 멧돼지 10마리가 받힐 수가 있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나’ 물어보니 차주는 ‘멧돼지가 차 앞으로 무리 지어 가고 있었는데 도로 색깔하고 멧돼지하고 비슷하다 보니 미처 멧돼지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쳤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이 차주가 경황이 없어 보였다”며 “본인 입으로 ‘10마리를 모두 쳤다’고 이야기 한 건 아니고, 차주가 10마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부인하지 않아 우리는 처음에 이 분이 멧돼지 10마리를 모두 친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본보는 A씨 설명을 추가로 들어보기 위해 보배드림 사이트를 통해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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