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법원에서 실형 확정된 판결을 받은 신격호(97) 롯데그룹 명예회장에 대해 형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수형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고령인 점을 감안해 수감 생활을 면해주는 대신 거주지는 병원과 호텔로 제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의료계ㆍ법조계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를 열어 심의한 결과 “신 명예회장은 고령과 말기 치매 등으로 거동 및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수형생활이 어렵다”고 판단, 피고인 측의 형집행정지 신청을 수용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은 “실형을 집행하면 급격히 질병이 악화하거나 사망할 위험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거처인 롯데호텔과 병원으로 거주지를 제한하는 조건도 달았다. 신 명예회장은 지난 6월부터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에 거주하고 있다. 형집행정지 가능 최장기간이 6개월로 정해져 있어 신 명예회장은 6개월 뒤 다시 검찰의 연장 심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 명예회장의 변호인은 이달 17일 “신 명예회장이 치매 등의 이유로 수형생활을 하기 어렵다”며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형집행정지는 인도적 차원에서 수형자에게 형의 집행을 계속하는 것이 가혹할 때 검사의 지휘에 따라 형 집행을 정지하는 것을 말한다. 형사소송법은 형 집행으로 건강을 해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는 염려가 있을 때 또는 70세 이상일 때 등 7가지를 형집행정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신 명예회장은 이달 1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횡령 등 혐의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징역 3년과 벌금 30억원의 원심 확정 판결을 받았다. 신 명예회장은 장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전 이사장(77),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60) 모녀가 운영하는 회사에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회사에 770억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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