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ㆍ재난ㆍ유해 폐기물 등 민간 처리 곤란한 기피 물질로 한정 
 과거 공공시설 적자에 매각 전력… 도입 적절성 전문가들 의견 갈려 
지난 10월 8일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주민 최도율(55ㆍ오른쪽)씨와 장태희(68)씨가 8일 오전 송라면 화진해수욕장에서 태풍 '미탁'이 지나간 뒤 바닷가로 떠밀려 온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태풍 ‘미탁’으로 수거한 해안가 쓰레기는 남구 장기면 두원리에서 북구 송라면 지경리까지 204㎞ 구간 약 3,500톤에 달한다. 포항시는 북구 흥해읍 영일만 3일반산업단지를 임시 적환장으로 두고 재활용품과 폐기물로 나눠 처리할 계획이며, 마무리까

정부와 국회가 공공 폐자원 관리시설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일부 민간 폐기물처리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민간이 처리하기 어려운 폐기물에 한해 처리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업계는 정부 개입으로 인해 시장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7일 환경부에 따르면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7월 대표 발의한 ‘폐자원관리시설 및 주민지원에 관한 특별법안(폐자원관리법안)’이 조만간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방치ㆍ부적정처리 폐기물과 재난폐기물, 라돈이나 수은 등 유해물질폐기물 등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공공처리시설을 도입하는 것이 이 법안의 골자다. 공공처리시설을 운영해 얻은 수익을 인근 주민들과 공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폐기물 공공처리 시설 도입 과정. 그래픽=송정근 기자

앞서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권역별로 소각장 4군데, 매립장 4군데를 설치해 공공부문에서 나온 폐기물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친 바 있으나 이번 법안에는 권역별 설치에 관한 내용은 빠졌다. 정부는 우선 1곳에서 시범 설치한 뒤 권역별 설치 여부는 추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민간의 사업 영역은 최대한 침해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권병철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장은 “재난ㆍ부적정처리 폐기물이나 유해물질폐기물 등 민간이 기피하거나 처리하기 어려운 폐기물이 공공처리시설의 처리 대상”이라며 “민간업체들의 영역을 침해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간업체들은 정부가 공공시설에서 재난ㆍ부적정처리 폐기물 등을 모두 처리한 뒤 일거리가 없을 경우 일반 사업장폐기물을 처리하게 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폐자원관리법안 초안에는 공공시설이 처리할 수 있는 대상으로 사업장 폐기물도 포함하고 있었으나 업계 요청에 따라 ‘사회안전망 확보 등을 위해 환경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사업장폐기물’로 수정하기로 했다. 권 과장은 “이번 특별법에는 공공시설에서 처리할 폐기물이 없게 되면 국고로 운영비를 보조한다는 조항도 있다”며 “이는 민간 영역을 침범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현재 민간처리시설로도 방치ㆍ부적정처리폐기물 등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8년 민간 소각장이 처리한 양은 260만톤으로 전체 업체의 소각 허가용량(279만톤)의 93%에 불과했고, 허가용량 대비 최대 130%까지 소각할 수 있는 규정을 적용하면 363만톤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전국 178개 소각장을 증설해 방치ㆍ부적정처리폐기물을 처리하는 대안도 제시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공공 소각장을 증설하면 방치ㆍ부적정ㆍ재난폐기물을 여러 지역에서 분산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경북 의성군 단밀면의 방치폐기물이 쓰레기산을 이루고 있다. 경북도 제공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공공처리시설에 대한 견해는 엇갈린다. 이남훈 안양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태풍이나 지진 등으로 발생하는 폐기물을 민간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사회안전망 차원에서도 공공처리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공공처리시설은 폐기물 처리시설에 대한 주민 반대를 약화시키고 국가ㆍ지자체와 시민이 상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정부 개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과거 정부가 운영했다가 재정 악화로 민영화했던 적이 있어서다. 폐기물 발생량의 급증으로 1987년 경기 화성을 시작으로 전국 5개 권역에 공공처리시설을 도입한 적이 있으나 처리 물량이 줄어들며 적자가 심화하자 군산 한 곳을 제외한 4개 시설을 민간에 매각한 바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은 “폐기물 처리시설 운영에 있어서 공공성을 확보할 필요는 있지만 공공처리시설을 운영할 경우 폐기물 종류별로 형성돼 있는 현재의 처리 구조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공공시설 설치에 5~10년이 걸릴 수 있는데 5년 후, 10년 후 폐기물 배출량과 처리 가능 능력이 어떻게 바뀔지 면밀히 예측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근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 고문도 “불법ㆍ방치 폐기물을 억제할 수 있는 정책이 우선해야 하고 공공처리시설이 필요하다면 향후 폐기물 배출량을 정확히 예측한 뒤 폐기물을 보관하거나 매립하는 시설부터 먼저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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