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또 연립정부 출범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올해 치러진 두 차례 총선을 통해 끝내 정부를 꾸리지 못하면서 네타냐후의 13년 권좌도 막을 내리게 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21일(현지시간) 연정 구성 실패를 인정하는 성명을 내고 책임을 경쟁자인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에게 떠넘겼다. 그는 “거국정부를 탄생시키기 위해 청백당에 여러 차례 협상을 제안했으나 그 때마다 간츠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가 이끄는 집권 리쿠드당은 올해 4월 총선에서 1당이 됐지만 과반(61석)에 미달해 연정을 시도했고, 실패하자 9월 조기총선 카드를 꺼내 들었다. 두 번째 선거에서도 리쿠드당과 우파동맹은 55석을 차지, 청백당 등 중도좌파 진영(54석)을 가까스로 제쳤으나 간츠는 네타냐후의 대연정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백당은 뇌물 등 부패 혐의를 받는 네타냐후와 손을 잡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네타냐후는 자신이 기소될 경우 간츠가 총리를 맡는 배수진까지 치며 러브콜을 보냈지만 청백당 측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13년 6개월 간 지속된 네타냐후의 이스라엘 최장기 집권은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공은 간츠에게로 넘어갔다. 청백당에도 정부를 꾸릴 4주(28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청백당은 이날 “혼란의 시간은 끝났다. 행동해야 할 때”라는 짤막한 성명으로 연정 구성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청백당 역시 대연정이 아니면 연정 출범을 자신할 수 없는 처지다. 이번 총선에서 8석을 획득한 극우 성향의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이 있긴 하지만, 지향점이 다른 데다 당 대표인 아비그도로 리에베르만 전 국방장관은 대연정만을 유일 해법으로 내세우고 있다.
만약 간츠도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은 세 번째 총리 후보를 지명해야 하고 이마저도 성사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은 1년 사이에 총선을 세 번이나 실시하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리쿠드당과 청백당이 모든 노력을 소진할 때까지 진정한 화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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