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사에 한 획을 그은 선동열(56)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야구인생 48년을 돌아보는 자전 에세이 ‘야구는 선동열’을 출간했다.
선 전 감독은 2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출판 간담회를 열고 "지인들의 권유도 있었고, 딸도 27일 결혼하는 터라 이 참에 내 야구 철학을 담은 책을 써보기로 했다"며 "젊은 청년들에게 좌절을 극복한 내 경험담을 전해주고 싶었다"고 계기를 밝혔다.
‘국보 투수’라는 별칭을 얻은 그지만 책은 '나는 국보가 아니다'라고 시작한다. 해태에서 활약하다가 1996년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에 진출한 선 전 감독은 ‘나고야의 태양’으로 떠오르기 전 3군으로 떨어졌다. 그는 "국보라는 과분한 칭찬을 받고 일본에 진출했는데, 첫해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며 "팬들이 손가락질 할지 모르겠지만 부끄럽지 않게 운동하자는 마음을 먹었고, 그런 의미에서 국보는 아니었다는 반성으로 글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세기의 라이벌로 평가 받은 고(故) 최동원에 대한 한없는 존경의 마음도 드러냈다. 선 전 감독은 “동원이형은 나의 우상이었다. 감히 맞대결한다는 거 자체가 꿈만 같았다. 그 형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의 내가 있었던 것도 어떻게 보면 동원이 형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고인을 추억했다.
아픈 이야기도 담았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사령탑으로 금메달을 일구고도 선수 선발 문제로 국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초유의 일이었다. 그는 "국감장에서 굉장히 당황하고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어이도 없었다"며 "야구인으로서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고 짧게 속내를 밝혔다. 선 전 감독은 부정청탁금지 위반 조사와 관련한 국민권익위원회의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며 현재 명예를 되찾고자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책에서 전했다.
이 밖에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압력 등으로 두 차례나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된 비하인드 스토리, 198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함께 우승을 일군 고 심재원, 고 장효조 등 선배들과의 재미있는 일화도 공개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차승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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