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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탄압 반발… 1면 ‘검은 편집’한 호주 언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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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탄압 반발… 1면 ‘검은 편집’한 호주 언론들

입력
2019.10.21 18:41
수정
2019.10.21 22:0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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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멜버른에서 '알 권리'로 불리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목과 내용이 먹칠되어 가려지고 기밀문서를 표현하는 빨간 '기밀' 표시가 1면에 게재된 신문들. 호주의 주요 일간지들은 정부에 불리한 내용을 취재 보도한 방송사와 기자의 집을 경찰이 압수수색한 조처에 반발해 이날 1면에 먹칠을 한 채 신문을 발행했다. EPA 연합
21일 멜버른에서 '알 권리'로 불리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목과 내용이 먹칠되어 가려지고 기밀문서를 표현하는 빨간 '기밀' 표시가 1면에 게재된 신문들. 호주의 주요 일간지들은 정부에 불리한 내용을 취재 보도한 방송사와 기자의 집을 경찰이 압수수색한 조처에 반발해 이날 1면에 먹칠을 한 채 신문을 발행했다. EPA 연합

21일(현지시간) 호주의 주요 신문 1면은 일제히 글자 대신 검은 줄로 채워졌다. 호주 당국이 내부고발을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의 가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최근 정부의 언론 탄압이 증가하자 이에 대한 항의 표시 차원에서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스트레일리안, 시드니모닝헤럴드, 헤럴드선 등 19개 호주 주요 일간지들은 1면을 먹칠해 제작했다. ‘보도금지’라는 검열 도장이 찍히고, 기사 내용은 전부 검은 줄로 삭제됐다. 그 아래로 ‘정부가 당신에게서 진실을 알리려 하지 않을 때 그들은 무엇을 감추려고 하는가?’라는 문구가 달렸다.

호주 ‘알 권리 연합’이 조직해 주요 언론이 동참한 이 캠페인은 호주 당국이 내부고발자와 그에 대한 보도를 한 언론사 및 기자를 탄압한 것이 발단이 됐다. 지난 6월 호주 연방 경찰은 호주 공영방송 ABC 시드니 본사와 뉴스코프 소속 기자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이들 매체가 호주 정부가 불특정 다수 국민의 이메일과 은행거래 기록, 문자 메시지를 사찰하려고 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는 게 이유다. 이들에 적용된 혐의는 ‘정부 기밀문서 유출’이었다. ‘알 권리 연합’은 호주 정부가 국가 보안이라는 미명 아래 내부고발을 처벌하고, 언론 행위를 범죄화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호주 정부는 ‘K’라는 익명의 내부고발자와 그 변호사에 대해 호주 비밀정보국(ASIS)이 2004년 수백만 달러 상당의 자원 협상 과정에서 동티모르 정부 관계자들을 도청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기소하기도 했다. 이 내부고발자는 ASIS 업무로 얻은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현재 징역형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또 호주 국세청(ATO)의 권력 남용을 외부에 폭로한 직원 역시 최대 161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뉴스코프의 마이클 밀러 회장은 “국민은 무엇이 일어나는지 알 권리를 제한하려는 정부에 늘 의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알 권리 연합’은 내부고발 문제와 관련, 공공부문 내부고발자에 대한 법적 보호와 이를 보도한 언론인에 대한 면책, 공공문서 공개 제한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호주 의회는 내부고발자 관련 법안 제정을 검토 중이다. 지난 2년간 의회는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한 법안 22건을 통과시켰지만 현실적으로 미비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미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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