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의 주요 노후 아파트들이 재건축 첫 단계인 안전진단에서부터 잇따라 제동이 걸리며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영향인데, 최근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까지 맞물리면서 향후 서울 내 신축 아파트 공급이 더 부족해질 거란 전망도 높아지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송파구청은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이하 올림픽선수촌)의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진행한 뒤, C등급을 통보했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 진행의 가장 초기 단계 절차로, 주택의 노후ㆍ불량 정도 등을 조사해 재건축 가능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A~E 5개 등급 중 C등급은 ‘유지ㆍ보수’에 해당한다. 아파트를 재건축하려면 최소한 안전진단 D 등급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재건축 승인을 불허한 셈이다.

1988년 준공된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는 5,540가구를 재건축해 1만2,000여 가구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계획이었다. 그간 송파구의 ‘재건축 잠룡’으로 꼽혀온 이 단지가 재건축의 첫 문턱조차 넘지 못한 것은 정부가 지난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구조안전성 △주거환경 △비용편익 △설비노후도 등의 평가항목 가운데 ‘구조안전성’ 비중을 종전 20%에서 50%로 대폭 높였다. 이런 평가기준 아래에서는, 비록 아파트가 낡았어도 구조적으로 위험하지 않으면 재건축을 하기 어려워진다.

올림픽선수촌은 다른 평가에서는 D등급을 받았지만 평가 비중 50%의 구조안정성에서 B등급을 받으면서 최종 평가점수가 상승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구조안정성 분야에서 B등급이 나오면서 결과적으로 합계 환산치가 C등급이 됐다”고 설명했다. 안전진단을 신청한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재건축 모임은 사전에 실시한 자체진단에서는 D등급이 나왔던 만큼 이의를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강북에서도 ‘강북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월계동의 미륭ㆍ미성ㆍ삼호3차 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 직전 단계인 현장조사(예비 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으면서 재건축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총 3,930가구에 달하는 이 단지는 1986년에 준공됐다. 노원구는 구조안전성 진단 결과 구조적 변형이 발견되지 않았고 콘크리트 균열이 있었지만 양호한 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안전진단 절차. 그래픽=신동준 기자
안전진단 평가항목 가중치. 그래픽=신동준 기자

두 단지가 재건축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비슷한 시기 지어진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안전진단기준 강화로 지은 지 30년이 지났지만 재건축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단지가 잇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에서 강화된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서초구 방배동 ‘방배삼호’ 뿐이다. 마포구 성산시영 아파트와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등이 정밀 안전진단을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커지면 초기 재건축 시장으로의 진입 수요가 감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으로 서울 지역에 새 아파트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안전 기준강화로 재건축 문턱이 한층 더 높아지면서 향후 서울 지역 민간 아파트 공급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이럴 경우 신축 아파트로의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돼 서울 집값 급등세가 이어질 수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초기 상태인 안전진단 단계부터 원활하지 않을 경우, 시장은 ‘10년 내 서울에 대규모 아파트 공급은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 신축 아파트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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