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 대사관저에 집단 난입해 농성을 벌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7명에 대해 공동 주거침입 등 혐의로 20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들 회원 17명은 지난 18일 오후 2시 50분께 사다리를 이용해 서울 중구 덕수궁 옆 미 대사관저 담을 넘어 내부 마당에 진입했다. 이들은 ‘미군 지원금 5배 증액 요구 해리스는 이 땅을 떠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정치적 목적의 미 대사관저 난입은 1989년 전대협의 점거 농성 이후 30년 만이다. 사건 당시 관저에 해리 해리스 대사와 가족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폭력 사건 등이 발생했다면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주한 미 대사관은 즉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우리 정부가 모든 주한 외교공관 보호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줄 것을 촉구했고, 미 국무부도 우려를 표명했다.
무엇보다 경찰의 허술하고도 미흡한 대응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시위대가 돌연 사다리를 설치하고 의무경찰 2명을 저지하는 사이 17명이 사다리를 타고 월담했다. 지원 요청을 받은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30분 이상이 걸렸다. 사다리를 치울 경우 대학생들이 낙상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경찰은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관저로 진입한 경찰은 남성 회원 6명을 즉시 체포했으나, 여성 회원 11명은 성추행 우려 때문에 여성 경찰관 도착 때까지 기다렸다. 이들이 모두 체포되는 데 1시간 이상이 걸렸고 그 사이 시위대는 시위 상황을 실시간 동영상으로 중계했다.
이번 미 대사관저 난입 사건을 단순히 대학생들의 치기와 열정으로 치부하기에는 외교적 파장이 심각해 보인다. 외교 공관에 대한 위해나 공격은 어떤 경우도 정당화할 수 없다. 대사관저는 우리 정부가 책임지고 보호해야 하는 외교 공관이다. 빈 국제협약에 따라 외교 공관과 관저는 불가침의 보호를 받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시위대의 난입을 저지하지 못한 것은 정부의 큰 실책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22일 미 대사관 앞 시위 등 향후 진보단체의 시위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유사 사태가 재발하면 국제사회의 신뢰가 크게 추락할 수 있다. 경비 체계 개선 및 인원 보강 등 보완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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