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 출간 
 속초 이어 인천ㆍ춘천 등 조명 
지역 콘텐츠를 다룬 로컬 책은 단순히 여행 책자를 넘어선다. 그 지역의 삶과 문화, 역사를 담아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선보이는 안내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한민국 도슨트-속초편’(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경남 기억을 걷다’, ‘아는 동네, 아는 강원’, ‘밥장님! 어떻게 통영까지 가셨어요?’, ‘이문동 블루스’, ‘아무튼, 망원동’.

“속초에 관한 책은 없나요?” 63년째 강원 속초시를 지키는 책방 ‘동아서점’을 3대째 운영 중인 김영건 대표는 속초를 찾은 여행자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진땀을 뺐다. 엄밀히 말해 속초에 관한 책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각종 행정 기관에서 나온 지역 안내 책자와 사진집, 국내 여행서의 한 챕터로 속초는 꾸준히 소개돼 왔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속초 이야기만으로 채워진 단행본은 지금까지 단 한 권도 없었다. 김 대표가 오직 속초만 다룬 책을 내기로 결심한 이유다.

한국 도시의 속살을 소개하는 인문지리 시리즈 ‘대한민국 도슨트’(21세기북스) 시리즈가 ‘속초’편을 시작으로 첫 발을 뗐다. 김 대표는 책에서 아바이순대로 대표되는 실향민의 도시에서 복합문화도시로 급변해나가는 속초의 어제와 오늘을 담아냈다. 시리즈는 앞으로 한달 간격으로 인천, 춘천, 목포, 통영, 신안, 순천, 해남, 진주 등 소도시의 이야기도 다룰 예정이다.

지역의 개성을 살리고, 특색을 뽐내는 ‘로컬 책’이 출판계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규격화되고 획일적인 라이프 스타일에서 벗어나, 나만의 개성을 찾고 특화된 가치를 추구하려는 문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지역 콘텐츠 역시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컬 책의 기원은 지역의 독립출판업계가 선보인 잡지들이었다. 2009년 서울의 ‘홍대 앞 동네 잡지’란 슬로건으로 창간해 10년째 나오고 있는 ‘스트리트 H’를 필두로, 대전의 ‘월간토마토’, ‘제주in’, ‘서촌라이프’, ‘다시 부산’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 연남동, 성수동, 을지로에 이어 최근 강원편을 출간한 매거진 ‘아는 동네’의 강필호 편집장은 “그저 놀 만한 동네나 여행 가고 싶은 도시로 지역을 소비하는 데서 벗어나 그 지역의 삶과 문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식으로 로컬 콘텐츠는 진화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먹거리, 볼거리만 다루는 기존 여행 책자를 넘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해주는 안내서라는 얘기다.

로컬을 통해 그 지역의 문화, 인문, 역사, 사회를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단행본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아무튼, 망원동’(제철소), ‘이문동 블루스’(리프레스) 등 사라져가는 동네의 추억을 소환하며 작은 공간의 가치를 환기시켰다.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는 ‘지역의,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책’을 표방한다. 필자부터 외부인이 아닌 해당 지역의 토박이 글쟁이들을 내세웠다. 시리즈를 기획한 21세기북스 편집자 한아름씨는 “기록되지 않은 기억과 역사는 사라지기 마련이다. 서울과 부산 등 이미 많이 나온 공간이 아닌 소도시의 정체성에 주목하는 것은 당위였다”고 말했다. 역사 교사들이 지역을 직접 둘러보고 펴낸 답사기 ‘기억을 걷다’(살림터) 시리즈 역시 중앙에 종속되지 않은, 지역의 독립성을 서술하기 위한 작업이다. 7년 전 남도를 시작으로 광주, 강화도에 이어 최근엔 경남 편이 나왔다.

로컬 콘텐츠는 그 자체로 출판의 다양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통영에 터를 잡은 출판사 ‘남해의 봄날’은 ‘통영 예술지도’,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 ‘밥장님! 어떻게 통영까지 가셨어요?’ 등등 서울에선 생각해 낼 수 없는 ‘통영’만의 책들을 선보이고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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