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19일 오후 2시쯤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2019 평등 행진’ 집회를 열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2011년 출범한 단체로 이날 집회에는 주최 추산 1,500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차별금지법이 계속해서 밀려나는 지금의 상황은 오랜 시간 힘겹게 쌓아온 인권의 역사를 퇴행시키고 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은 항상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변명 아래 나중으로 밀려났다”며 “정치인들이 인권을 그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소모하는 사이, 차별금지법은 소수자를 낙인찍고 혐오를 선동하는 이들의 타깃이 됐다”고 밝혔다.
차별금지법은 헌법상 평등 이념에 따라 성별, 연령, 인종, 피부색, 출신민족, 출신지역, 장애, 신체조건, 종교, 정치적 또는 그밖의 의견, 혼인, 임신,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취지로 제안됐다.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7년 12월 법무부가 발의한 후 수 차례 입법이 시도됐지만 보수 기독교계 등의 반발로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이날 집회에는 이주여성ㆍ청소년ㆍ성소수자 등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소수자들이 참석해 자기 경험을 공유하며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기진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큐브(QUV)’ 의장은 “이미 여러 대학에서 수차례나 교수의 성폭력이 고발되고 여성과 성소수자 등 소수자에 대한 강단에서의 혐오 발화가 지적됐으나 제도적인 해결은 항상 요원했다”며 “대학 본부에서 직접 성소수자 모임의 자치활동을 불허하거나 검열에 나서서 성소수자 학생 개인의 생활까지 위협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이미미 한국이주여성연합 부회장은 “한국은 이주여성이 백만명이 넘는 다문화사회임에도 지금까지 결혼이주민 다문화가정 아이를 차별 대우하는 사건이 많아서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지난 5월 정헌율 익산 시장의 ‘잡종 강세’ 발언 등을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우리도 한국에서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할 사람이라서 모든 사람이 똑같이 차별받지 않길 원한다”며 “대한민국에서도 차별금지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3시쯤 사전 집회를 마치고 종로1가와 을지로 등을 지나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행진한 후 마무리 집회를 열 예정이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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