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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Peer to Peerㆍ개인 간 거래) 금융업계가 제도권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에는 이른바 ‘P2P금융법’ 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됐습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 소식을 듣고 “만세!”를 외쳤다는 일화가 회자되기도 했죠. P2P금융에 맞춤한 법을 제정하는 일에 해당 업계뿐 아니라 국내 재계도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겠지요.

하지만 P2P금융업계는 남은 입법 절차 앞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입니다. 최근에는 둘로 나뉜 P2P금융 관련 협회를 하나로 모으는 작업에 착수했고, 금융당국과 접촉해 P2P금융법 세부사항에 대한 건의사항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어찌 보면 스스로 ‘법의 굴레’를 쓰길 자처하는 모습이라, 이러한 정성의 의도가 의아하기도 합니다. P2P금융업계가 이렇게 관련법 제정에 애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3년 새 26배 성장한 P2P금융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 국내 P2P금융업계의 현주소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P2P금융은 온라인을 통해 개인 간 대출과 투자를 연결하는 서비스입니다. P2P금융업체들은 투자금을 모아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준 뒤, 원금과 이자를 받아 투자자에게 되돌려주고 중계수수료를 챙기는 영업방식을 취합니다. 업체별로 주력 대출상품은 개인신용, 상업용ㆍ거주용 부동산 등으로 나뉩니다.

2015년 등장 이래 P2P금융은 급전이 필요한 개인이나 소형 부동산업체에게 제도권 금융기관에 비해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고 투자자에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며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제1금융권의 저금리와 제2금융권의 고금리로 양분된 국내 금융시장에 대안적 존재로 떠오른 것이죠. 실제 2016년 2,300억원 수준이던 P2P금융시장 규모는 2년 만인 지난해 2조5,000억원으로 커지더니 올해는 6조원에 달했습니다. 3년 새 26배나 성장한 겁니다.

 ◇투자자 보호 없는 ‘무법지대’ 양산 

이러한 급성장엔 부작용이 따랐습니다. P2P금융의 특성에 걸맞은 규제가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업체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가운데 일부 ‘불량업체’가 탄생하고 만 것입니다. P2P금융은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라서 기존 금융 관련법 중 완벽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금융당국은 그나마 유사한 업종인 ‘연계대부업’ 관련법을 적용해보려 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았습니다. 이런 규제 공백 탓에 촘촘한 관리ㆍ감독이나 처벌은 언감생심이었습니다.

돈의 공급과 수요를 원활히 이어지는 금융업의 윤리와 사명감을 저버린 이들은 P2P금융의 신뢰를 깎아내렸습니다. 사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업체 대표는 2017년 말부터 2018년 6월까지 부동산 대출 등에 투자하라며 7,000여명에게 약 100억원을 받은 뒤 유용했습니다. 투자금으로 다른 투자자의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돌려막기’도 서슴지 않았죠. 또 다른 부동산 P2P금융업체는 부지 용도상 개발이 불가능한 허허벌판에 투자금을 끌어모으기도 했습니다. 이런 ‘무법지대’에 투자자들이 보호 받을 수 있는 장치는 전혀 없었습니다.

 ◇투자자 보호에 방점 찍은 P2P금융법안 

한줌의 미꾸라지가 연못물 전체를 흐리는 일이 속출하자 P2P금융업계엔 경각심이 생겼습니다. P2P금융이 그 가능성을 활짝 펼치기도 전에 업계 전체가 도매금으로 비난 받으며 몰락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대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P2P금융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금융서비스의 기본인 ‘투자자 보호’를 위해 P2P금융업에 딱 맞는 옷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들여다보면 법안 이름대로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찍은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P2P금융업체의 최저자본금을 5억원으로 늘리는 내용이 대표적입니다. 현재 P2P금융업체 대부분은 법적 규정 없이 3억원 남짓한 자본금을 갖고 영업을 시작하고 있는데, 이러한 진입장벽을 높여 자질이 부족한 업체의 난립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입니다. 법안에는 이 외에도 △투자 정보 의무 공시 △투자자 보호 의무 강화 △내부통제 강화 △자금세탁방지법 적용 등 투자자 보호 장치가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두 관문을 넘으면 2002년 제정된 대부업법 이후 17년 만에 국내에서 새로운 금융업을 정의하고 관리ㆍ감독하는 법률이 제정되는 것입니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과 더불어 혁신적 금융서비스가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는 만큼, 더구나 이번엔 업계 스스로 자신들을 규율할 법의 제정을 원했던 만큼, 새로운 법의 테두리 안에서 P2P금융의 생태계가 조화롭게 조성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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