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라는 신선한 풍경을 대중에게 보여준 예능 프로그램이 어느덧 안방극장의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흔한 풍경이 되면서 ‘육아대디’ 같은 말도 생겨났다. ‘남성 육아휴직’이나 ‘배우자 출산휴가’ 같은 제도도 확산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 전국 남성 육아휴직자는 1만2,043명을 기록했다. 2010년 819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이달부터는 배우자 출산휴가도 유급 3일에서 10일로 늘었다. 그렇다면 아빠 육아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은 어디까지 왔을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연구팀이 지난달 만 19세 이상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아빠 육아 환경과 인식에 대한 설문 조사를 벌였다.

10명 중 6명 남성 육아휴직에 긍정적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육아휴직을 하거나 추천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묻자 66%가 ‘그렇다’고 답했다. 모든 연령에서 직접 육아휴직을 하거나 이를 추천하겠다는 응답이 60% 이상으로 나타났다. 남성 육아휴직의 직간접 사용의향은 여성이 70%로, 남성(62%)보다 높았다. 또 과거 맞벌이를 한 적이 있는 가구의 직간접 사용의향이 71%로, 맞벌이 가구(64%)나 외벌이 가구(60%)보다 높았다. 배우자 출산 휴가를 유급 3일에서 10일로 확대한 것에 대해서도 ‘적절하다’는 의견이 56%,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34%에 달했다. 더 늘려야 한다고 답한 이들에게 적절한 기간을 묻자 ‘1달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72%나 됐다. (그림 1)

[저작권 한국일보]남성 육아휴직 희망 혹은 추천 의향/ 강준구 기자/2019-10-18(한국일보)

남성 육아휴직자 늘고 있지만 자유롭게 쓰진 못해

그러나 배우자 출산휴가나 남성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건이 완비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직장에서 배우자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인지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27%만이 ‘그렇다’고 표시했다. 남성 육아휴직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응답은 20%에 불과했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남성 육아휴직을 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7%에 불과했다. ‘주변에서 남성 육아휴직자를 본 적이 있다‘는 대답도 38%에 그쳤다.

여성의 육아휴가 역시 아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확고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여성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응답은 41%로, 남성 육아휴직의 경우보다 20%포인트 가량 높기는 했지만 여전히 남녀를 떠나 육아휴직 자체가 사회적으로 뿌리내렸다고 하기 힘든 상태임을 보여줬다. (그림 2)

[저작권 한국일보]직장 내 육아휴직ㆍ출산휴가 사용 분위기/ 강준구 기자/2019-10-18(한국일보)

남성 육아휴직 걸림돌은 직장과 경제부담

남성 육아휴직의 확산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무엇일까. 직장 내 문제와 경제적 문제를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육아휴직 의향이 없거나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답한 126명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승진 누락 등 회사에서의 불이익’(36%)과 ‘동료들의 업무부담 가중’(25%)을 꼽은 이들이 많았다. 사실상 회사에 눈치가 보여 남성 육아휴직을 쓰기 힘들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인 셈이다. 또 ‘소득감소로 인한 가계경제 부담’을 꼽은 이들도 31%나 됐다. ‘육아휴직을 전반적으로 하지 않는 분위기’라든가 ‘아빠 육아의 효용이 없다’는 응답은 5% 미만으로 나타났다. (그림 3)

[저작권 한국일보]남성 육아휴직 쓰지 않거나 추천하지 않는 이유/ 강준구 기자/2019-10-18(한국일보)

양립하기 어려운 육아휴직과 사회적 성공

육아휴직 남성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가정적일 것’이라는 의견에 71%가 동의했다. ‘남성 유아휴직자는 회사에서의 성공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거나, ‘여성 배우자에 비해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20% 이하였다. 큰 편견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작 남성육아휴직 대상자라 할 수 있는 영유아 자녀가 있는 남성의 경우, 회사에서의 성공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에 대한 동의가 40%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아빠들의 육아휴직과 당사자의 직장 내 성공은 양립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남성 육아휴직 사용의 걸림돌이란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10명 중 4명 육아휴직 급여 높여야

남성 육아휴직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떤 정책들이 필요할까. 육아휴직 급여에 대해 최초 3개월 동안 통상임금의 80%만 지급하도록 한 현 기준에 대해 ‘적절하다’는 응답은 66%로 나타났다.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17%였다.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3개월 이후 통상임금의 50%만 지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 늘려야 한다’는 응답이 36%나 됐다. 3개월 이후 50% 삭감에는 불만이 높은 셈이다. 또 육아휴직 급여지급액 상한기준(최초 3개월 150만원, 이후 120만원)에 대해서는 ‘지금 수준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48%, ‘기준을 높여야 한다’ 또는 ‘기준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38%로 나타났다. (그림 4)

[저작권 한국일보]육아휴직 급여 기준/ 강준구 기자/2019-10-18(한국일보)

아빠들의 육아휴직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한 ‘아빠육아휴직 보너스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83%로 매우 높았다. ‘아빠육아휴직 보너스제’란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두 번째 사용하는 사람의 육아휴직 첫 3개월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월 최대 250만원)로 상향해 지급하는 것이다. 통상 아빠가 육아휴직을 나중에 하게 되므로 실질적으로 아빠의 육아휴직 급여를 인상해주는 안이다.

동등한 육아부담 외치지만 현실은 엄마만…

정책적 과제보다 육아 및 가사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과 실질적인 실천 노력도 절실하다.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가사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한 결과, 설거지 등 집안일이나 자녀교육에 대해서는 ‘남녀가 동일하다’는 응답이 49%로, ‘여자가 더 많다’(44%)보다 높았다. 그러나 자녀 양육에 대해서는 ‘여자가 더 많다’는 응답이 55%로, ‘동일하다’(42%)보다 높았다. 가사외 육아는 남녀가 같이해야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아직 과반을 넘진 못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서는 공동책임이란 인식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그러나 실제 자녀를 키우고 있는 가정의 현실은 더딘 인식의 변화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영유아 및 초중고생 자녀가 있다는 응답자에게 가정에서 집안일을 누가 더 많이 부담하고 있는지 물었더니 청소나 설거지, 자녀교육, 자녀양육 모두 ‘여자가 더 많이 부담한다’는 응답이 70%도 넘었다. 특히 엄마들은 ‘청소, 양육, 교육 모두 여자들이 더 많이 부담한다’고 답한 비율이 80%를 상회했다. 맞벌이 가구에서도 ‘집안일, 양육, 교육 모두 여성이 더 많이 부담한다’는 응답이 60% 이상으로 나타났다. (그림 5)

[저작권 한국일보]가사책임 남녀 동등해야 한다/ 강준구 기자/2019-10-18(한국일보)

아빠 육아를 내세운 우리나라의 예능프로그램은 최근 중국, 태국, 홍콩 등에도 수출됐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여성 육아휴직조차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우리나라의 육아 문화와 제도가 해외 벤치마킹의 사례가 될 날을 기대해본다.

최선아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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