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디펜딩 챔피언’ SK에 완벽한 복수를 하고 2014년 이후 5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뤘다.
키움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플레이오프(5전3승제) SK와 3차전에서 철벽 계투진과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10-1 완승을 거뒀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2승3패로 SK에 무릎을 꿇었던 키움은 올해 ‘리턴 매치’에서 3연승으로 설욕했다.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는 3경기에서 타율 0.533(15타수 8안타) 4득점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른 키움 이정후가 기자단 투표 68표 중 54표를 얻어 영예를 안았다. 이로써 이정후는 1993년과 1997년 한국시리즈 MVP를 받았던 아버지 이종범(해태)에 사상 첫 ‘포스트시즌 부자 MVP’에 이름을 올렸다. 이정후는 경기 후 “뜻 깊은 기록”이라며 “이렇게 아버지와 함께 거론될 때마다 아버지를 몰랐던 사람들도 같이 알게 되니까 좋은 것 같다”고 기뻐했다.
2014년 넥센 시절 이후 창단 두 번째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된 키움은 정규시즌 우승팀 두산과 오는 22일부터 7전4승제의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반면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SK는 ‘역대급’ 추락을 경험했다. 올해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가 시즌 막판 급격히 흔들리며 시즌 최종일에 정규시즌 1위를 두산에 뺏겼다. 88승1무55패로 구단 역대 최고 승률 0.615를 찍은 SK는 두산과 동률을 이뤘지만 상대 전적(7승9패)에서 밀려 2위로 내려갔다. 가을 야구 첫 무대인 플레이오프에서도 안 좋았던 흐름을 바꾸지 못하고 결국 3연패로 마감했다.
SK가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건 이번이 처음이며, 시즌 종합 순위는 3위로 남게 됐다. 트레이 힐만 감독의 뒤를 이어 SK 단장에서 사령탑으로 돌아온 염경엽 감독은 2016년 넥센 시절 이후 3년 만에 치른 가을 야구에서 옛 제자들에게 일격을 당했다.
이날 승부는 일찍 갈렸다. SK가 초반 기회를 놓치면서 키움이 분위기를 잡았다. SK는 1회초 1사 2ㆍ3루, 3회초 1사 1ㆍ2루에서 득점에 실패했다. 위기를 넘긴 키움은 3회말에 0의 균형을 깼다. 2사 1ㆍ2루에서 이정후가 SK 선발 헨리 소사를 상대로 2타점 싹쓸이 선제 2루타를 쳤다. 이정후는 정규시즌 소사에게 6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1회말 첫 타석 2루타에 이어 팀에 선제점을 안기는 한방을 쳤다. 계속된 2사 2루에서 4번 박병호의 좌전 적시타로 1점을 보탰다.
3-0으로 앞선 키움은 4회말 선두 타자 송성문의 2루타로 소사를 끌어내렸고, 1사 3루에서 김규민이 SK의 바뀐 투수 김태훈에게 1루 땅볼을 쳐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5회초 수비에서 정의윤에게 적시타를 맞고 1-4로 쫓기자 장정석 키움 감독은 선발 에릭 요키시를 일찍 바꾸는 승부수를 던졌다. 구원 등판한 안우진은 2사 1ㆍ2루 위기에서 김강민을 중견수 뜬 공으로 처리하고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급한 불을 끈 키움은 5회말 1사 만루에서 제리 샌즈의 밀어내기 볼넷, 송성문의 2타점 적시타, 김규민의 1타점 적시타에 상대 2루수 정현의 실책까지 묶어 대거 5점을 뽑았다. 사실상 승부를 가른 키움은 7회말 1점을 추가했고, 김성민-한현희-김상수-윤영삼 계투진을 가동해 경기를 끝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차승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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