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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되지 말라!" 터키 상대로 이뤄지는 트럼프의 알쏭달쏭 친서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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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되지 말라!" 터키 상대로 이뤄지는 트럼프의 알쏭달쏭 친서외교

입력
2019.10.17 17:32
수정
2019.10.17 18:0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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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터키의 쿠르드 침공을 앞두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이 16일 미국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터키의 쿠르드 침공을 앞두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이 16일 미국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터키 외교에서도 특유의 허세와 말 바꾸기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시리아 철군 결정으로 미국이 사실상 터키에 쿠르드족 침공 허가를 내줬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백악관은 16일(현지시간)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보낸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 서한을 공개했다.

이날 현지 언론 보도로 공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정제되지 않은 거친 표현으로 가득했다. 백악관 확인이 이뤄지기 전까지 ‘정말 미국 대통령이 쓴 편지가 맞느냐’는 진위 논란이 일 정도였다. 두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진 지 3일만이자 터키가 시리아 북부에서 군사작전을 개시한 당일인 9일 발신된 서한에서 그는 “터프가이가 되지 말라. 바보가 되지 말라!”며 상대국 정상을 호되게 다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합의를 만들자! 당신은 수천 명을 학살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을 테고, 나 역시 터키 경제를 파괴했다는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며 경제제재를 고리로 협박에 나섰다. 이어 그는 “세계를 실망시키지 말라”면서 “만약 당신이 이 일을 옳고 인도적인 방식으로 해결한다면 역사는 당신을 우호적으로 보겠지만, 좋은 일이 생기지 않으면 영원히 악마로 볼 것”이라고 썼다.

외교적 결례에 가까운 경고를 쏟아낸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쿠르드족 침공이 현실화된 이후 서한과 다른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그는 이날도 백악관에서 “터키가 시리아로 들어가는 것은 두 나라의 일이지 터키와 우리 사이의 일이 아니다”라고 거리를 두면서 “우리 장병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고 철군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동맹인 쿠르드족에 대해 “그들은 천사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터키와 무역협상을 파기한 제재조치에 서명했지만 이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행태를 트럼프 대통령의 전형적인 외교전략으로 해석한다. CNN과 워싱턴이그재미너도 서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중국, 러시아 등 각국의 권위주의적 리더들에게 사용한 것과 같은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제여론과 경제제재를 앞세운 허세(bluffing)와 불확실성을 키우는 오락가락 발언으로 터키를 압박하는 나름의 ‘거래 기술’이라는 것이다.

서한을 ‘면피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동 철군 달성’이라는 외교적 성과를 내기 위해 에르도안 대통령과 손을 잡았지만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하게 되자 우왕좌왕 방어에 나섰을 뿐이라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여야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도 터키의 시리아 공격에 ‘그린라이트’를 주지 않았다며 이 서한을 근거로 거론했다“고 전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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