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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Why] 왜 여성 연예인만 ‘82년생 김지영’ 때문에 조롱 비하 시달리나

입력
2019.10.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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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 전부터 불거진 페미니즘 공방, 사상 검증으로 비화 

 여성 연예인, SNS에 ‘좋아요’만 눌러도 악플 세례 

도서 '82년생 김지영'의 표지(왼쪽)와 이 책을 원작으로 이달 23일 개봉하는 동명의 영화 포스터. 민음사ㆍ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도서 '82년생 김지영'의 표지(왼쪽)와 이 책을 원작으로 이달 23일 개봉하는 동명의 영화 포스터. 민음사ㆍ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이자 배우 수지가 또 다시 여성 연예인들을 상대로 한 페미니즘 ‘사상 검증’의 대상이 됐습니다. 이달 23일 개봉하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언론시사회 무대 사진이 올라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에섭니다. 2016년 출간 이후 100만부가 넘게 팔린 동명의 원작소설(작가 조남주)에 이어 이 영화와의 인연을 이유로 노골적인 조롱과 비하에 시달린 여성 연예인들은 적지 않은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가수이자 배우 수지가 '좋아요'를 누른 영화 '82년생 김지영' 시사회 관련 인스타그램 게시물. 이 게시물의 작성자는 수지가 속한 매니지먼트 숲의 대표이사로 알려졌다. 인스타그램 캡처
가수이자 배우 수지가 '좋아요'를 누른 영화 '82년생 김지영' 시사회 관련 인스타그램 게시물. 이 게시물의 작성자는 수지가 속한 매니지먼트 숲의 대표이사로 알려졌다.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진 수지의 ‘82년생 김지영’ 관련 게시물에는 비판 댓글이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누리꾼들은 “빼박(빼도 박도 못하다) 페미니스트”, “여자 아이돌 중에 페미 많음. 극혐” 등을 비롯해 수위 높은 단어들로 그를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수지가 좋아요를 누른 인스타그램 계정 주인이 그의 소속사 대표라는 점을 들어 “비난이 과하다”라고 지적하는 반박 목소리는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지난달 27일에는 배우 서지혜가 인스타그램에 도서 ‘82년생 김지영’의 표지사진을 올렸다가 비난 댓글이 쏟아지자 게시물을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동료 배우 김옥빈은 “자유롭게 읽을 자유. 누가 검열하는가”라는 댓글로 응원했다가 그 역시 악플에 시달렸죠.

앞서 아이돌 가수인 레드벨벳의 아이린도 이 책을 읽었다는 이유로 사진과 앨범이 불태워지는 등 무차별적 ‘사이버 불링(괴롭힘)’을 당해야 했어요.

김도영 감독, 배우 정유미, 공유가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82년생 김지영'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김도영 감독, 배우 정유미, 공유가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82년생 김지영'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제작 전부터 성(性) 대결의 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난 평범한 여성, 김지영의 생애주기를 통해 ‘한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조명한 원작소설은 비슷한 처지의 여성 독자들로부터 큰 공감대를 얻었죠. 동시에 부쩍 격화된 젠더 갈등의 상징이 되기도 했죠. 때문에 영화가 공개되기도 전부터 주연배우인 정유미 캐스팅 소식에 그의 SNS에는 하루 만에 비난 댓글 3,000여개가 달렸죠. 페미니즘에 반감을 가진 이들은 이 영화에 ‘별점 테러’를 가하기도 했죠.

문제는 이 영화나 소설을 둘러싼 비난의 화살이 유독 여성 연예인에게만 향하고 있단 점입니다. 이들을 향한 이른바 페미니즘 사상 검증은 혹독한데요, 주로 ‘남성 소비자 덕에 돈을 벌면서 남성을 비난하는 괘씸한 여성’이란 프레임입니다. 반대로 남성 연예인이나 비연예인 남성의 경우 같은 책을 읽었다거나 심지어 ‘페미니스트’라고 본인을 칭하더라도 거친 비판에 시달리는 일은 드물죠. 방탄소년단이나 방송인 유재석 역시 해당 소설을 언급했지만 이에 대한 비난은 거의 없었어요.

황진미 평론가는 이에 대해 “일부 남성 집단은 남성이 이 책을 읽는 것과 여성 연예인이 이 책을 언급하는 것을 다르게 본다”며 “‘2030 여성 연예인이 이 책을 읽는 건 그들이 성차별의 피해자라고 진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했습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남성이 ‘여성이 말을 하는 시대’에 대한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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