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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포에서 삼강주막까지…게임으로 더 즐거운 예천 여행

입력
2019.10.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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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의 기차여행・버스여행]테마관광열차⑦ 경북나드리열차 타고 예천 여행

여행객들이 예천 회룡포 ‘제2뿅뿅다리’를 건너고 있다.
여행객들이 예천 회룡포 ‘제2뿅뿅다리’를 건너고 있다.

개별적으로 여유로움을 찾아 떠나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기차여행도 단체 패키지보다 자유 여행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속도를 중시하는 KTX보다 느릿느릿 이동해 간이역에 정차하는 테마관광열차가 제격이다. 경북의 주요 시ㆍ군을 운행하는 ‘경북나드리열차’를 타고 예천을 다녀왔다.

2009년 12월 시작한 ‘경북관광순환테마열차’는 동대구역을 출발해 매일 경북 각 지역을 순환하거나 특정일에 동대구역~포항역, 동대구역~청도역을 운행했다. ‘경북나드리열차’로 이름을 바꾼 후에는 운행일과 구간을 조정해 매주 금요일은 동대구역~포항(경북바다열차)ㆍ 청도(경북야간열차), 토ㆍ일요일은 동대구역~분천역(경북내륙열차) 구간을 운행하고 있다.

동대구역에서 경북 3개 지역으로 운행하는 경북나드리열차.
동대구역에서 경북 3개 지역으로 운행하는 경북나드리열차.

◇경북나드리열차 동대구역~점촌역(오전 9시10분~11시14분)

혼자 가는 여행이라 다소 심심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창밖으로는 가을 정취 가득한 황금 들판이 펼쳐지고 열광적인 섹소폰 공연에 이어 라디오 사연 소개, ‘돌려돌려 행운번호’ 추첨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이어진다. 열차 매점에서 맛보는 과자와 음료수도 여행의 소소한 재미와 추억을 더한다. 두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점촌역에 도착했다. 점촌역에서는 렌터카를 이용해 예천으로 이동했다. 경북나드리열차는 053-939-6636로 문의하거나 인터넷 홈페이지(gbct-train.com) 참고.

경북나드리열차 경북선(김천~영주) 구간을 달릴 때 창 밖으로 보이는 황금들판.
경북나드리열차 경북선(김천~영주) 구간을 달릴 때 창 밖으로 보이는 황금들판.
섹소폰 연주자 류한걸씨가 경북나드리열차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섹소폰 연주자 류한걸씨가 경북나드리열차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승무원들이 경북나드리열차에서 ‘돌려돌려 행운번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계의 번호와 일치하면 경품을 받는다.
승무원들이 경북나드리열차에서 ‘돌려돌려 행운번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계의 번호와 일치하면 경품을 받는다.

◇예천 여행 일번지, 회룡포

첫 여행지는 낙동강의 지류 내성천이 휘감아 돌아가는 회룡포. 육지 속 섬마을은 철판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마을 주민들은 발판 구멍에 물이 퐁퐁 솟는다 해서 ‘퐁퐁다리’라고 불렀지만, 여러 신문과 방송에 ‘뿅뿅’으로 잘못 나가는 바람에 ‘뿅뿅다리(제1뿅뿅다리)’가 됐다.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울리는 철판소리와 잔잔하게 흐르는 물소리가 청아하다.

회룡포마을과 연결되는 제2뿅뿅다리.
회룡포마을과 연결되는 제2뿅뿅다리.

풍양면 사막마을에 거주하던 경주 김씨 일가가 피란 와서 자리를 잡은 회룡포마을에는 현재 9가구 약 20여명이 농사를 지으며 생활한다. 물돌이 마을이라 가뭄 걱정은 없다. 강변 산책로를 걸으면 그윽한 소나무 향기와 돌담이 이어진 소박한 마을 정취에 흠뻑 젖는다. 그렇게 흐르는 강물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자연과 호흡하다 보면 어느덧 새로 만든 뿅뿅다리(제2뿅뿅다리)에 닿는다. 다리를 건너면 곧장 회룡포 전망대로 가는 등산 코스와 이어진다.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대는 통에 송골송골 맺혔던 땀방울이 금새 말랐다. 전망대에는 이맘때 전국에서 사진사들이 몰려든다. 소문대로 산수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에 취한다. 들판과 마을을 감싸며 돌아가는 강이 산을 부둥켜안은 풍광, 단순히 자연의 조화라는 말로는 모두 담을 수 없다. 잠시 딴 세상에 온 게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여운이 깊다.

회룡포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회룡포마을. 내성천이 360도 휘감아 돌아간다.
회룡포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회룡포마을. 내성천이 360도 휘감아 돌아간다.

◇위기의 삼강주막을 구하라! ‘더 예천’ 미션투어

회룡포에서 물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삼강주막이다. 삼강은 낙동강ㆍ내성천ㆍ금천이 합쳐져 붙여진 이름이다. 낙동강 소금배가 이곳을 거쳐 안동 등지로 나갔고, 과거 시험을 보려는 유생들이 이곳까지 배로 이동해 문경새재를 넘어 한양으로 가는 등 삼강은 예부터 내륙 수운의 중심이었다. 나루터 앞 삼강주막은 뱃사공과 선비들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휴식처였다. 현재는 대한민국 유일의 주막으로 남아 전통을 잇고 있다.

여행객이 삼강주막에서 전통놀이를 즐기고 있다. ‘더 예천’ 게임의 한 장면.
여행객이 삼강주막에서 전통놀이를 즐기고 있다. ‘더 예천’ 게임의 한 장면.

단순한 ‘먹거리촌’에 그쳤던 삼강주막에서 19일 ‘더 예천’ 첫 번째 에피소드 ‘위기의 삼강주막’ 미션 투어가 열린다. 글을 모르던 삼강주막의 주모는 외상값을 곧 지불하겠다는 어느 손님의 약조문에 도장을 찍는다. 그러나 수일 후, 불법으로 주막을 점거했다는 죄목으로 주모는 옥에 갇히게 되다. 약조문의 진짜 내용은 주막을 무상으로 넘긴다는 각서였다. 미션 투어는 주모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게임으로, 여행객들이 범인을 찾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방 탈출 게임’의 야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참가자의 이름을 적은 호패, 범인의 위치를 확인할 안내도, 단서를 메모할 수 있는 볼펜, 일종의 신분증인 팔찌를 받은 후 참가할 수 있다. 평민 신분으로 시작해 각 단계마다 게임에서 승리하면 엽전과 퍼즐 조각, 범인의 단서를 얻는다. 삼강주막에서 시작해 회룡포마을 주막에서 팔찌 업그레이드로 양반이 되고, 금당실마을 주막에서 암행어사로 격상돼 마지막 승부에서 이기면 퍼즐을 모두 맞추게 된다. 출발지 삼강마을 주막으로 돌아가서 범인을 찾아낸 뒤 “암행어사 출두요”라고 외치면 주모가 풀려나고 미션이 완성된다. 게임에서 획득한 엽전은 예천의 주요 관광지에서 화폐로 사용할 수 있다. ‘더 예천’은 인터넷(theyecheon.com)에서 무료로 신청할 수 있고, 19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린다.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주모를 풀어주기 위한 게임 형식으로 진행하는 ‘더 예천’ 미션 투어의 한 장면.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주모를 풀어주기 위한 게임 형식으로 진행하는 ‘더 예천’ 미션 투어의 한 장면.
아기자기한 용궁스토리로 꾸며진 예천 용궁역.
아기자기한 용궁스토리로 꾸며진 예천 용궁역.
예천의 대표 간식인 토끼간빵.
예천의 대표 간식인 토끼간빵.

예천에서 용궁면의 ‘핫플레이스’ 용궁역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역에는 용궁스토리 포토존이 설치돼 있다. 통밀ㆍ헛개열매ㆍ호두로 만든 용궁 토끼간빵(054-652-7737)은 예천의 대표 간식 메뉴다. 박달식당(054-652-0522)은 순대요리로 소문난 곳이다.

박준규 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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