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중국 선전에서 밀반출하려다 발각된 142개 혈액 샘플. CNN 캡처.

중국 임신부들의 혈액 샘플이 홍콩으로 밀반출되는 사례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로 ‘태아 성 감별’을 위해서다. 중국 정부는 성비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 태아의 성 감별을 금지하고 있는 상태지만, 이러한 법망을 피해서 자식의 성을 미리 확인하려 하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CNN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 선전(深圳) 뤄후(羅湖) 검문소에서 12세 소녀가 혈액 샘플 병 142개를 배낭 속에 숨기고 있다가 적발됐다. 홍콩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앞서 지난 2017년 7월에도 선전 푸톈(福田) 검문소를 지나던 한 중년 여성의 속옷 안에 감춰져 있던 혈액 샘플이 대량 발견되는, 사실상 같은 유형의 사건이 있었다. 당국은 이에 대해 “혈액 샘플 병에 중국인 산모들의 이름을 적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고 발표했다. 운반책 역할을 한 이들은 ‘민감한 물질’을 밀반출하는 대가로 회당 100~300위안씩(14~42달러ㆍ약 1만7,000~5만원)을 받았다고 홍콩 관리들은 밝혔다. 이 혈액 샘플은 홍콩의 병원으로 보내져 태아의 DNA 테스트에 사용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심각한 성비 불균형을 우려, 태아의 성 감별을 금지해 왔다. 중국국가통계국 발표를 보면, 2017년 말 기준 중국의 전체 인구 14억여명 가운데 남성 인구 수는 여성보다 3,270만여명 더 많다. 특히 남아선호 현상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한 자녀 정책’을 실시하는 바람에 ‘여아 낙태’ 사례가 만연해 있다는 게 CNN의 지적이다. 물론 한 자녀 정책은 2015년 부분적으로 폐지되긴 했으나, “양육 부담 탓에 자녀는 한 명만 낳으려 하는 부부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매체는 덧붙였다.

봉제 인형 속에 혈액 샘플을 숨긴 모습(왼쪽) 웨이보에 올라온 과거 혈액 테스트 보고서(오른쪽). CNN 캡처

게다가 심각한 문제는 혈액 밀반출을 돕는 에이전시 수십 곳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라는 사실이다. 또 최근에는 정부 단속이 갈수록 심해지자 혈액 샘플을 아예 봉제 인형이나 과자 상자 속에 숨긴 뒤 우편으로 부치는 등 그 수법도 더욱 교묘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에이전시 판매 담당자를 인용해 “임신부들은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3,500위안(490달러ㆍ약 58만원)을 지불하며, 이런 과정에는 약 일주일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은 혈액 수출 자체를 금지하는 반면, 홍콩의 경우엔 전염성 병원체가 포함됐다고 의심되지 않는 혈액에 한해선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홍콩에서도 등록된 의료업자가 채취한 혈액 샘플만 성 감별이 가능하나, 이를 무시하는 업체들이 많다고 CNN은 전했다. 이와 관련, 홍콩 당국이 의료실험산업 성장을 위해 ‘알면서도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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