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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해롭다” 광고만 믿고 갈아탄 흡연자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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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해롭다” 광고만 믿고 갈아탄 흡연자 많아

입력
2019.10.15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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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유사제품 분류… 금연 규제서도 제외

14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가게에 전자담배가 진열되어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14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가게에 전자담배가 진열되어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에 따른 국내 첫 중증폐질환 의심환자가 보고되면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관련 질병의 안전지대라 단정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국내 유통 제품의 성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4일 질병관리본부의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성인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2016년 1.4%에서 지난해 4.0%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초담배 흡연률이 22.5%에서 21.7%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일부 액상형 전자담배 회사들이 자사 제품을 ‘연초 담배에 비교해 유해물질이 적다’고 광고하면서 갈아 탄 소비자가 많다는 분석이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교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기존 담배에 물을 타서 피우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덜 해롭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성분 연구도 부족한 상황이라 제조사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그 유해성에 주목한 건 최근 미국 내 가향 전자담배 사용자 중 폐섬유화를 동반한 급성 폐질환 사례가 급증하면서다. 전자담배 제조사들은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해 초콜릿ㆍ레몬 등 다양한 향의 담배를 출시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첨가된 대마유래성분(THC)과 비타민 E아세테이트가 중증폐질환 유발물질로 추정된다. 미 정부는 지난달 11일 가향 전자담배 판매 금지 계획을 발표하고 시장 유통을 금지했다.

국내에서도 이미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에 대한 경고는 있었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중인 혼합형 니코틴액상 9종, 니코틴원액 16종 등 총 25개 제품의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연초담배 대비 니코틴 함량이 최대 2.6배 높았다. 국제암연구기관(IARC)이 분류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성분도 최대 1.5배 많았다. 소비자원은 같은 해 5월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에 △전자담배 액상 니코틴 농도 기준 마련 △전자담배액상의 표시기준 마련 △어린이보호포장 도입 등을 권고했다.

만 19세 이상 성인 흡연율 및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 그래픽=김경진기자
만 19세 이상 성인 흡연율 및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 그래픽=김경진기자

정부는 그러나 권고 이행은커녕 시중 유통 제품 중 폐질환 유발추정 성분이 들어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여전히 법적으로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탓이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것만 담배로 정의하고 연초의 줄기나 뿌리로 만든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 유사제품’으로 분류한다. 법적으로 담배가 아니므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른 금연 규제도 받지 않는다. 지난 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회용 전자담배에 대해서는 형식적인 유해성 조사조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질본은 지난달에야 국내 시판 중인 액상 전자담배 내 니코틴 성분 실태 연구에 착수했다. 결과가 나오려면 최대 8개월이 걸린다.

전문가들은 액상형 전자담배를 금연규제에 포함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에는 현재 전자담배 성분을 분석ㆍ공개하는 등의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이 발의됐으나 2년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전자담배를 포함한 담배제품 규제 개선 방안’을 연구한 이비안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합성니코틴은 담배 관련법은 물론 국민건강증진법의 발암성 물질공개의무대상도 아니다”라며 “법에 새로운 방식의 전자담배 개념을 도입해 정보공개 및 첨가물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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