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미니딜’이 성사됐다. 최종 합의문 작성까지 필요한 3~5주 내에 민감한 현안들을 두고 충돌할 가능성은 여전하지만, 1단계 합의만으로도 글로벌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인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효과는 상당할 듯하다. 미중 양국은 무역전쟁을 조기에 매듭짓는 것이 세계 경제의 추락을 막는 최선의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중국과의 무역 분쟁에 대해 “매우 실질적인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2017년 7월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용과 기술 강제이전 등을 문제삼아 고율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무역전쟁이 시작된 지 15개월만이다. 미국은 25%의 고율관세를 적용중인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물품에 15일부터 5%의 추가관세를 부과하려던 계획을 보류하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400억~500억달러어치를 수입하는 것이 이번 스몰딜의 골자다. 양측은 중국의 금융ㆍ서비스시장 추가 개방에도 공감했다.
미중 간 1단계 합의 소식에 뉴욕증시와 유럽 주요국의 증시는 일제히 급등했다. 앞서 협상 결과에 대한 주요 외신들의 긍정적인 전망 보도만으로도 우리 증시는 강세를 보였고 외환시장 역시 안정세를 되찾았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전 세계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일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중 간 이번 합의는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면서 민감한 현안은 미뤄둔 결과다. 의회의 탄핵 조사 개시로 재선가도에 비상이 걸린 트럼프 대통령이나 경기 둔화에 홍콩 사태 악화가 겹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 대외적 성과가 필요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재권 문제와 기술 강제이전, 막대한 국가보조금 지급, 환율 조작 우려 등 그간 문제삼아온 중국의 무역관행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 없이 자국 농민들의 이익과 홍콩 사태의 완화 가능성만 강조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다만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승리나 패배가 아니라면 타협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세계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미중 양국의 책임감 있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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