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애지 않았더라도 숨기는 것 자체가 은닉죄 해당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8일 유튜브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통해 조 장관 가족의 재산을 관리해온 증권사 직원 김모씨의 육성 녹취록 가운데 일부분을 공개하며 조 장관 가족을 옹호하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유튜브 '알릴레오' 영상 캡처

조국 법무부 장관 측은 동양대 PC 반출과 자택 하드디스크 교체 이유에 대해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증거인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두고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것으로도 기소를 피하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증거인멸죄(형법 155조)는 세부적으로 은닉죄, 인멸죄, 위조죄로 나뉜다. 조 장관 일가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과 정 교수가 함께 입건된 혐의는 이 가운데 은닉죄다. 은닉은 증거를 숨기거나 발견을 곤란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아직 없애지 않았다 하더라도 숨기는 것 자체로 은닉은 미수가 아닌 범행 완료가 된다.

법조계에서는 일단 은닉 행위가 발생한 만큼 위법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하드디스크 교체가 이뤄진 시점이 검찰의 대규모 압수수색 직후라는 점은 정 교수 측에 불리한 정황이다. ‘검찰이 유리한 증거는 놔두고 불리한 증거만 찾을 것이라고 생각해 유리한 증거 확보 차원에서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는 반론도 검찰 수사를 피할 목적으로 해석돼 정 교수 측을 옭아맬 수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증거인멸죄는 검찰의 수사를 실제 방해했는지를 주된 기준으로 유무죄를 판단한다”라며 “그 밖의 다른 사정은 유무죄가 아닌 양형사유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거의 은닉이 인멸이나 위조와 비교해 수사 방해의 정도가 적은 범죄라는 점은 정 교수 측에 유리한 정황이다. 김씨가 자신이 교체한 하드디스크를 바로 검찰에 임의 제출한 사실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실제 대법원은 박기춘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무죄로 선고했다. 박 전 의원은 건설업자로부터 받은 안마의자를 보좌관을 시켜 지인의 집으로 옮기도록 했다는 혐의로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자신이 쉽게 할 수 있는 배송업무를 측근에게 시켰을 뿐이어서, 자기방어권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안마의자가 박기춘에게 배송된 자료도 있고, 이를 옮기는 과정도 통화내역, CCTV 등을 통해 쉽게 드러났다”며 “수사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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